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필립 글래스 3

트루먼쇼(블루레이)

가을 날씨처럼 항상 푸르고 맑은 하늘 아래 하얀 집들이 그림엽서처럼 늘어선 마을. 더 할 수 없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 사람들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이 만든 수작 '트루먼쇼'(The Truman Show, 1998년)는 무서운 영화다. 트루먼(짐 캐리 Jim Carrey)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당사자가 모르는 거대한 도시 크기의 세트 속에 가둬놓고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이지만 실상은 한사람의 일생을 통째로 매스미디어의 실험대상이자 오락거리로 삼는 가공할 이야기다. 한 사람의 프로듀서(에드 해리스 Ed Harris)에 의해 타인의 인생이 속속들이 카메라 앞에 까발려..

가늘고 푸른 선

1976년 1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도로를 순찰하던 경관이었다. 밤 중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정차시킨 경관은 자동차로 다가갔다가 운전자가 쏜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마침 순찰차에 타고 있던 동료 여경이 뛰어나와 달아나는 차를 향해 발포했으나 너무 놀라 차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랜들 아담스와 데이비드 해리스 사건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용의자가 잡혔다. 16세 소년 데이비드 해리스였다. 여러가지 말썽을 자주 일으켜 보호관찰 상태였던 해리스는 TV뉴스에 나온 사건 보도를 보고 친구들에게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그는 도난된 차량을 운전한 사실과 총을 버린 장소도 정확히 안내했다...

스토커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이 미국 폭스서치라이트 의뢰로 해외에서 처음 만든 '스토커'(Stoker, 2013년)는 관계에서 오는 긴장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숨겨진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은 시동생과 은밀한 접촉을 하며, 시동생은 조카 딸과 야릇한 감정을 나눈다. 이토록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빚어내는 긴장과 갈등이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박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은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깔끔한 편집으로 풀어냈다. 카메라는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 박 감독의 전작을 찍은 정정훈 촬영 감독이 잡았다. 그만큼 박 감독과 호흡이 잘 맞아 이번 작품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선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