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필립 노이스 4

긴급명령 (4K 블루레이)

필립 노이스 감독의 영화 '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1994년)은 제목만 보면 무슨 내용인 지 가늠하기 힘들다.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뜻의 원제도 마찬가지. 오히려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을 번역 출간할 때 붙인 국내 책 제목 '마약 전쟁'이 확실하게 와닿는다. 영화 제목이 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서라도 우선 제거해야 할 위험이다. 이를 미국 정부는 마약으로 봤다. 하지만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이 그리는 것은 단순히 마약에 국한하지 않는다. 마약을 빌미로 미국 대통령의 묵인 아래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해 문제를 일으키고,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무소불위의 위험천만한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을 가진 권력을 더 문제로 삼고 있다. ..

캐치 어 파이어

필립 노이스 감독의 '캐치 어 파이어'(Catch A Fire, 2006년)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실화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흑백 인종차별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했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 중요한 것은 흑인과 백인의 대립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정치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인종차별정책 등 정치는 일부러 멀리하고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 챙겼던 패트릭 차무소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저항조직의 투사로 변신한다. 패트릭 차무소를 변하게 한 것은 끊임없이 저항을 부르짖은 반정부 단체가 아니라 공포 정치를 펼친 백인들이었다. 엉뚱하게 테러범의 누명을 쓰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패트릭은 그때부터 살기 위해 저항조직을 스스로 찾아간다.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살..

솔트 (블루레이)

필립 노이스 감독의 '솔트'(Salt, 2010년)는 여성판 '본' 시리즈다. '툼 레이더'의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가 여성 공작원 솔트 역을 맡아 남성 액션스타 못지 않은 화끈한 연기를 선보인다. 졸리는 인상이나 몸 동작이 확실히 여전사에 잘 어울린다. 내용은 미국에 침투한 이중 스파이가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려는 악당들의 음모를 막는 이야기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졸리의 탁월한 액션 연기가 조화를 잘 이뤘다. 여기에 '긴급 명령' '패트리어트 게임' 등 라이언 시리즈를 맡았던 필립 노이스 감독의 탄탄한 연출도 한 몫했다. 졸리가 달리는 트럭 위로 몸을 날리고, 높은 건물에 매달린 채 추격을 피하거나 오토바이를 잡아 채 달아나는 장면 등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

솔트

필립 노이스 감독의 '솔트'(Salt, 2010년)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의외로 재미있게 본 영화다. 여자 공작원 솔트의 활약을 다룬 이 작품은 여성판 '본'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등 본 시리즈는 맷 데이먼의 화끈한 액션과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액션 스릴러다. 이 작품 역시 본 시리즈처럼 숨 막히는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시종일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중심에는 역시 여전사 이미지가 탄탄한 안젤리나 졸리가 있다. '툼 레이더' '원티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 액션물에서 여전사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 작품에서도 달리는 자동차로 건너 뛰고 벽을 타는 등 남자 배우 못지 않은 격렬한 액션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물론 그의 ..

영화 201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