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길종 2

바보들의 행진(블루레이)

1970년대, 80년대 금지곡 중에는 영화음악이 많았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왔던 윤시내의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암울했던 시기여서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가사에도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최고봉은 단연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나온 송창식의 노래들이다. 지금은 CD로 OST까지 나왔지만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폐지된 1996년까지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음반판매도 할 수 없는 금지곡이었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년)을 떠올리면 영상보다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영화도 거칠것 없는 가사의 노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미..

병태와 영자

하길종 감독의 '병태와 영자'(1979년)는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청춘들의 송가다. 이제는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됐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참 순진하고 풋풋한 청춘들이 떠오른다. 하 감독이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바보들의 행진'의 속편 격인 이 작품은 주인공 병태가 군대 다녀와 영자와 사랑을 싹 틔우는 내용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에도 여대생들에게 갓 복학한 남자친구는 참 암울한 존재였다. 마땅한 직업 없이 학교를 다녀야 하니 보장할 만한 미래라는 것이 없다. 그 사이 여자는 대학을 졸업해 취직을 하고, 사회에서 능력있는 남자들을 만나면 흔들리게 된다. 영화는 이런 시대상을 담아 오랜 세월 테마로 남아 있는 이수일과 심순애식 사랑을 그렸다. 그래도 하길종과 각본을 쓴 최인호는 사랑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