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한대수 2

행복 (블루레이)

허진호 감독이 그린 사랑은 무조건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으며 숭고하지 않다. 세상의 사랑이 무조건 쉽지만 않듯, 남녀간의 얽히고 설키며 엇나가는 사랑의 감정을 꽤나 설득력있게 다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감정적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외출' '호우시절' 등이 그랬다. 그런 점에서 '행복'(2007년)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이다. 내용은 방탕하게 살던 청년이 간경변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서 만난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얘기다. 문제는 이 작품이 허진호식 로맨스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애면글면 관객과 줄다리기하듯 보여주지 못했고 진부하고 통속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예측 가능한 뻔한 뒷이야기..

아버지와 마리와 나

이무영 감독의 '아버지와 마리와 나'(2008년)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마리와 나'는 마리화나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우리는 마리화나로 표기하지만 미국에서는 마리와나로 발음한다. 이 감독은 이 같은 중의적 표현을 일부러 노렸다. 극중 건성(김흥수)의 아버지 태수(김상중)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교도소를 다녀온 록가수다. 배경과 제목이 말해주듯 건성의 집안사는 결코 순탄치 않다. CJ엔터테인먼트의 HD 장편영화 프로젝트 사업으로 추진된 이 작품은 이 감독이 70년대 유명 포크가수 한대수의 음악관에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 과거 포크 음악이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플라워 무브먼트의 한 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목과 구성은 단순 과거로의 회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종 에피소드 속에 슬쩍 묻어나는 대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