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허준호 3

국가부도의 날(블루레이)

최국희 감독의 '국가부도의 날'(2018년)은 1997년 발생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다루고 있다. 가상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IMF 사태에 이르기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 준다. 특히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재정국 차관(조우진), 청와대 경제수석(김홍파), IMF 총재(뱅상 카셀) 등을 통해 IMF의 구제금융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이를 둘러싼 정책 대립을 다뤘다. 또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진호), 금융인 윤정학(유아인) 등을 앞세워 IMF 사태로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들의 삶을 묘사했다. 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워낙 중요한 IMF 사태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뤄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 사실을 너무 왜곡했다는 점이다...

이끼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를 보기 전에 윤태호가 그린 원작 만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내용을 미리 알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의 그림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를 담백하게 볼 수 있었다. 원작을 배제하고 본 영화는 밀실 추리소설 같은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다양한 인물과 공간이 등장하지만 사건의 무대는 권력자인 이장이 지배하는 어느 외딴 마을이다. 이곳에서 벌어진 어느 노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은 결국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점에서 밀실 추리소설과 다름없다. 그만큼 영화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곧 주어진 5장의 패를 들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포커게임 같다는 소리다. 얼마 되지..

영화 2010.07.17

실미도

1971년 실제 일어났던 실미도 684 특수부대 사건을 영화로 옮긴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3장짜리 DVD로 출시. 극장 개봉 당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작품. 적당한 긴장감과 눈물, 유머가 뒤섞여 관객들의 심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강우석은 여우다. 한국적인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를 영리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본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낫다는 생각.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답게 DVD 또한 풍성하다. 자료 화보집,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내용, 영화 제작 과정 등 각종 부록과 함께 영화를 수록. 그러나 정작 영화 본편의 화질은 실망스럽다. 초반 화면은 지글거리고 색감은 탁하며 암부 디테일이 떨어진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