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호밀밭의 파수꾼 2

도니 다코 감독판

리처드 켈리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도니 다코'(Donnie Darko, 2001년)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마치 약에 취한 듯, 비몽사몽 간에 에 나오는 미친 토끼의 세계를 헤매는 것처럼 몽환적이다. 하지만 그 꿈이 결코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지 않다. 온통 뒤죽박죽 알 수 없는 세계에 비극과 고통만 가득하다. 그래서 켈리 감독은 DVD 타이틀에 실린 부록에서 대놓고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고 말했다. 감독 말마나따 취향이 맞아야만 좋아할 수 있는 아주 손을 많이 타는 작품이다. 내용은 고교생인 도니 다코가 미지의 존재인 토끼 프랭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상한 이야기들을 다뤘다. 그의 조종에 따라 불을 지르거나 학교 기물을 파괴하고, 시간 여행의 미스테리를 파헤친다. 어떤 면에서는 반항적인 청소년..

파수꾼 (블루레이)

윤성현 감독이 호평 속에 입문한 데비작 '파수꾼'(2011년)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 대본을 직접 쓴 감독 자신도 이 소설을 좋아해서 제목을 따왔다고 밝혔지만 한창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의 불안과 방황을 밀도있게 그린 점이 닮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성숙한 인간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자 빌헬름 스테켈의 말을 인용한다. 윤 감독이 이 작품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소년들 사이에 미묘하게 벌어지는 갈등의 이유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 때는 친했던 세 아이들이 드러내지 않은 내면 때문에 갈등을 겪으며 멀어지는 내용이다. 치기어린 청소년기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반항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또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