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황금종려상 2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블루레이)

1990년대 후반, 특이한 취재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언론을 통해 처음 커밍 아웃을 하게 된 어느 여성이다. 한창 혈기방장한 20대에 어울리게 가죽 옷을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담배를 피워물던 그는 록커 느낌이 물씬 났다. 아닌게 아니라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고, 다소 약간은 겉멋처럼 동성애에 빠져든 그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서울 신촌 사거리에 있는 여성 동성애자들의 아지트 같은 카페를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출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금남의 집이나 다름없는 그 곳에 여기저기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개중에는 정장에 넥타이를 맨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소개로 하나 둘 만나보니 그곳에 남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큰 키에 청바지와 남방을 받쳐 입고, 머리를 군인처럼 짧게 자른 선머슴 ..

피아니스트 (블루레이)

진실의 힘은 위대하다. 그렇기에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커다란 울림을 준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년)는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문턱을 수 없이 넘긴 유명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인 1939년 폴란드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스필만은 조국을 점령한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 거주제한구역인 바르샤바 게토에 갇힌다. 그곳에서 가족들은 죽음의 트레블링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최후를 맞고, 친구의 도움으로 도망친 그는 거지처럼 숨어 지내며 목숨을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필만은 하필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지만 음악을 좋아했던 장교는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를 도와준다. 종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