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로미오+줄리엣 (블루레이)

울프팩 2011. 9. 30. 12:16

로미오와 줄리엣은 말이 필요없는 전세계 연인들의 상징이다.
비록 끝이 좋지는 않지만 목숨을 걸만큼 열렬한 사랑은 모든 연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으나 오페라, 연주곡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영화 중에서는 단연 프랑코 제퍼렐리 감독의 1968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원작에 충실한 내용하며 탄탄한 연출을 보면 프랑코 제퍼렐리 감독이 거장 소리를 듣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특히 출연 당시 15세의 올리비아 핫세는 완벽한 줄리엣 그 자체였다.

그런 점에서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줄리엣'(1996년)은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화려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루어만 감독은 이 작품을 현대로 옮겨 총싸움 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현란한 색채로 수놓은 영상과 라디오헤드의 'Exit Music' 등 음악은 훌륭했지만, 이야기 전개와 구성은 산만하다.
감독의 치기로 원작의 의미를 오히려 망친 느낌이다.

그나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로미오는 그런대로 어울렸지만, 클레어 데인즈가 연기한 줄리엣은 실망스럽다.
워낙 줄리엣 하면 올리비아 핫세의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인 듯.

색다르게 비트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연출스타일이 고전에 어떻게 접목이 됐는 지 보고 싶다면 볼 만 한 작품이다.
그러나 원작의 향기와 품격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구성 자체가 훌륭하다.
모든 부록은 물론이고 PIP까지 지원하는 완벽한 한글 자막과 심지어 우리말 더빙까지 들어 있다.

그만큼 구성은 훌륭하지만 본편에서 한글자막이 꺼지지 않는 오류가 있다.
화질은 현란한 색감이 살아 있어 괜찮은 편이지만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한글 자막에 더러 보이는 오자가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비극적 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 키스하는 두 사람을 360도 촬영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세트를 따로 제작해 촬영.
촬영은 대부분 멕시코시티에서 진행. 가운데 동상은 CG로 만들어 넣은 것..
초반 주유소 결투 장면은 멕시코시티의 실제 주유소에서 촬영. 화려한 문양을 수놓은 총기류도 의상 담당인 킴 배럿이 직접 디자인했다.
루어만 감독은 영화를 서부극 스타일로 개편하고 싶었다. 그래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들을 참고해 익스트림 클로즈업, 슬로 모션 액션과 음악 등 레오네 스타일을 많이 접목했다.
해변가 장면의 와이드 샷은 베라크루즈에서 찍고, 인물 클로즈업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
의상 담당 킴 배럿과 제작자 캐서린 마틴(오른쪽)이 도우미들로 카메오 출연.
화려한 캐플릿가의 무도회 장면은 감독의 전작 '물랑루즈'와 같은 규모의 대형세트를 만들어 촬영.
줄리엣의 아버지를 연기한 폴 소비노는 실제 뛰어난 오페라가수다. '딕 트레이시' '좋은 친구들' 등에도 출연.
어항 장면은 감독이 멕시코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영감을 얻었다. 루어만 감독이 들린 나이트클럽 화장실은 남녀 구분 칸막이가 수족관이었다.
원작의 감미로운 발코니씬이 수영장씬으로 둔갑. 수영장 속에서 키스하는 장면은 수조를 제작해 촬영했고, 이를 위해 줄리엣이 쓸 수 있는 수중가발을 따로 제작했다.
총기 결투 장면은 플라멩코 안무가가 구성. 결투 동작에 무용을 적용했다.
바닷가 결투 장면 중 실제 폭풍이 몰려와 세트가 부서졌다. 야자수는 제작진이 나뭇잎을 인공으로 붙여 만든 가짜다.
자동차 전복 장면은 차체가 회전할 수 있는 장치를 스튜디오에 만들어 놓고 촬영.
로미오가 잠시 몸을 피한 장소는 멕시코의 폐수를 버려 5년 동안 건조시킨 장소에서 촬영.
루어만 감독은 세익스피어 시대극을 만든다는 이유로 제작진의 반대가 심해서 히트음반을 내놓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음악에 공을 들였다. 음반은 크게 히트했다.
엔딩에 흐르는 명곡인 'Exit Music'은 라디오헤드 멤버들이 영화클립을 보고 만들었다. 디카프리오의 의상은 프라다에서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