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파리의 마지막 탱고'에서 성에 대한 거침없는 욕망과 환상을 다뤘다.
그렇지만 잿빛 유리 너머로 유화처럼 번지던 영상은 저속하거나 추하지 않고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나도 그의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몽상가들'(The Dreamers, 2003년)은 1968년 좌파 혁명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치던 프랑스 파리에 머무는 세 젊은이들의 일상을 다뤘다.
60년대의 격동기를 영화속 주인공처럼 파리에서 겪은 베르톨루치 감독의 개인적 정서가 물씬 배어있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꿈을 꾸듯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이의 욕망과 갈등, 안타까움 등을 다뤘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그 안에서 결코 정치를 논하지도, 역사의 무게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순수한 욕망과 꿈이 들어 있을 뿐이다.
DVD가 무삭제판을 강조하는 이유는 성기 노출을 마다않은 배우들의 과감한 노출과 정사 장면이 여과없이 고스란히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은 편.
가끔 플리커링이 나타나지만 백열등 조명처럼 따스한 색감이 정겹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배경음악에서 서라운드 효과가 나타난다.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도어스, 밥 딜런의 음악을 편안하게 재생했다.
<파워 DVD 캡처 샷>
영화를 보기 위해 미국에서 파리로 유학온 대학생 매튜(마이클 피트)가 처음 찾은 곳은 샤요궁 지하에 위치한 시네마테크였다. 도입부는 실제 감독의 경험이다.
매튜가 시네마테크에서 만난 또래의 프랑스인 남매는 희한했다. 쌍둥이면서 근친상간의 분위기를 풍겼고 모택동과 체 게바라를 이야기하며 미국 영화와 록 음악에 심취한다.
영화 '국외자들'의 한 장면을 흉내내는 주인공들. 감독은 60년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꼭 끼면서 소매가 짧은 윗도리, 깡충한 바지, 짧은 타이 등 당시 복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쌍둥이 남매의 이자벨 역으로 이름을 알린 에바 그린은 영화에 처음 출연한 연극배우였다.
에바 그린은 영화에 첫 출연이라 그런지 과감한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DVD 음성해설에서 "60년대 사회, 정치상황보다 정서를 담으려고 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역사가 아닌 유쾌한 일탈의 정신을 담고 싶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낭만을 이야기한 이 작품은 슈퍼 16밀리로 촬영했다. 원작 소설은 영화와 달리 매튜가 죽는 등 결말이 전혀 다르다.
낭트 대학의 학생시위로 시작된 1968년 5월 프랑스 혁명은 퐁피두 수상의 퇴진을 불러왔고 결국 이듬해 드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이후 퐁피두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영화 속에서 거슬러 올라간 역사처럼 엔딩타이틀도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흐른다. 원작 소설은 영화와 달리 매튜가 죽는 등 결말이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