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백만엔걸 스즈코

울프팩 2013. 1. 2. 21:54

타나다 유키 감독의 '백만엔걸 스즈코'(2008년)는 아오이 유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한 영화다.
청순한 외모 때문에 국내에서 유난히 팬이 많은 아오이 유우는 이 작품에서 세상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여성 스즈코를 연기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짧은 옥살이를 해 전과자가 된 스즈코는 혼자서 재기를 위해 백만엔을 모을 결심을 한다.
집을 나가 여기저기 떠돌며 백만엔을 모으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언뜻보면 한 여성의 고생담 같지만 이 속에는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속앓이들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성적 지상주의 등을 언뜻언뜻 비치는 대사와 에피소드 속에 날카롭게 담아 냈다.

여성 감독답게 단정한 영상 위주로만 흘러가는 영화인 줄 알았더니 제법 비판의 칼날이 날카롭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선뜻 내놓는 일은 만만치 않다.

결국 스즈코를 따라 펼쳐지는 로드무비는 마땅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열린 결말 뒤로 사라진 스즈코와 함께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힘이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하기 때문.
여기에는 곤란을 겪는 주인공이 곱디 고운 처자여서 더더욱 눈길을 끄는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으로 세상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주인공이 사랑에 눈을 뜨며 상처받는 과정 또한 꼼꼼하게 담아냈다.
한 여성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사회적 문제들을 들춰내고, 여기에 다시 주인공의 성장통을 녹여내는 쉽지 않은 작업을 제대로 다뤘다.

극적인 사건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내용이어서 밋밋할 수 있지만, 생각할 여백이 많은 작품이다.
더불어 아오이 유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단아한 영상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두텁고 입자가 두드러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아오이 유우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배우와 감독 인터뷰, 시사회 장면 등이 2장의 디스크에 걸쳐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아오이 유우에 의한, 아오이 유우를 위한, 아오이 유우의 영화다. 그만큼 아오이 유우가 이끌어 가는 힘이 크다.
아무도 없는 방에 아오이 유우 혼자서 웅크리고 있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세상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스즈코의 외로움을 나타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처럼 문득 문득 들어간 인서트 컷은 등장인물 하나 없이 자연 배경만을 담아내 생각할 여백을 준다.
가까이서 보면 옥상 위에 놓인 벤치이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스즈코의 목표인 '100'을 거꾸로 써놓았다.
비겁하게 약자를 집단으로 괴롭히는 이지메는 원조인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인 골든타임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음과 양이 한 프레임 안에 적절히 대비되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영상이다. 영상이 좀 더 밝고 디테일이 살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확실히 DVD의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해변 빙수가게 아르바이트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태풍이 불어닥쳐 빙수가게가 무너져 다시 수리를 하고 촬영을 했단다.
아오이 유우는 촬영 내내 일기를 썼다고 한다. 매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촬영은 야스다 케이가 담당.
빙수를 만드는 장면은 빙수광인 아오이 유우를 위해 감독이 일부러 집어넣은 장면이다. 집에 업소용 빙수기를 갖고 있는 아오이 유우는 각 빙수기계별 특징을 꿰고 있을 만큼 빙수 마니아란다.
묘하게도 아오이 유우의 표정보다 그의 등 뒤가 더 쓸쓸해 보이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도시 장면을 제외하고는 계속 다다미방이 나온다.
1975년생인 타나다 유키 감독은 2001년 직접 주연을 하며 감독한 첫 작품 '몰'로 피아필름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번 작품 역시 직접 극본까지 썼다.
직장인의 회식은 어찌보면 일의 연장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인 듯, "시시껄렁한 뻔한 얘기만 늘어놓고, 말하는 사람은 2,3명 뿐"이라는 대사를 통해 회식 문화에 대한 염증을 나타냈다.
여성 감독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영상인데, 약간 녹색기가 돌고 디테일이 떨어져 아쉽다. 이런 부분이 바로 잡혀 블루레이로 나오면 좋겠다.
이 영화는 또한 절제된 빛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실내 장면에서 강한 라이트를 쓰지 않고 충분히 그늘을 놔둔채 스즈코의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마지막 쇼핑몰 원예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은 사이타마현 아게오시에서 촬영. 도쿄에서 35km 가량 떨어진 이 작은 도시는 도쿄의 베드타운 역할을 한다.
스즈코와 사랑을 나누는 남자 역할은 '워터보이즈'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주연을 맡은 모리야마 미라이가 맡았다.
막판 스즈코에게 기생하다시피한 남자 주인공의 비밀 또한 반전이다. 엔딩에 흐르는 노래는 하라다 유코가 불렀다.
백만엔걸 스즈코 SE
아오이 유우 주연/모리야마 미라이 주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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