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블랙코드(블루레이)

울프팩 2021. 2. 27. 08:49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의 '블랙코드'(Blackhat, 2015년)는 제대로 망한 영화다.

미국에서 개봉 첫 주에 2,5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했는데도 박스오피스 10위에 그쳤다.

 

미국에서 개봉 첫 주에 1,2위를 하지 못하면 사실상 흥행하기 힘들다.

그 결과 약 7,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인데도 첫 4일간 수입이 400만 달러를 약간 넘는데 그쳤다.

 

그 바람에 한국을 비롯해 호주,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극장 개봉이 줄줄이 취소됐고 IPTV와 DVD,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로 넘어가 버렸다.

'히트'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등 흥행 영화를 줄줄이 만든 마이클 만 감독으로서는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그의 작품 중 최대 흥행 실패작이 돼버린 이 작품은 해커의 세계를 다뤘다.

중국 원자력 발전소와 미국 선물거래소를 해킹한 크래커를 잡기 위해 미국 FBI와 중국 군대의 사이버 부대 장교가 공조 수사를 벌이는 내용이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설정이다.

항상 사실감을 강조하는 마이클 만 감독답게 이번 작품 역시 세트 촬영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현지에서 촬영했다.

 

덕분에 미국 시카고(Chicago), 로스앤젤레스(LA), 홍콩(Hong Kong), 말레이시아 페락(Perak),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akarta) 등 이국적 풍물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해커의 해킹 과정을 시각화 한 점이 돋보인다.

 

해커의 키 스트로크 이후 코드가 회로를 타고 들어가며 해킹하는 과정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단순히 코드가 가득 들어찬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키보드만 두들기는 묘사와 달리 나름 신선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후 이어지는 크래커와 수사대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긴장감이 떨어진다.

 

홍콩 지하터널에서 벌이는 총격전이나 막판 자카르타 축제 행렬 속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특별히 시선을 끌지 못한다.

과거 '히트'나 '콜래트럴'에서 보여준 자기 복제에 가까운 액션이다.

 

여기에 해커를 다룬 영화치고 액션이 과하다는 느낌이다.

국제 테러를 일삼는 크래커를 상대로 한 국가 간 수사라면 공조 형태나 범위가 좀 더 스케일이 커야 되지 않을까 싶다.

 

단순 전직 해커를 동원해 좀도둑 잡듯 쫓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액션보다 해커와 크래커의 추격에 더 초점을 맞췄더라면 액션에 비중을 둔 그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러려면 드라마투르기에 강해야 하는데 사실 마이클 만 감독은 드라마투르기에 강점을 가진 섬세한 감독은 아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영상에 디테일을 중시하지만 인물들 간에 쫀쫀한 심리 묘사를 다루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 작품에서도 인물들 간에 관계가 약간씩 겉돈다.

FBI 수사관이 해커에 동화되는 과정이나 전직 해커가 중국 여성 엔지니어에게 빠져드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마치 프레임을 건너뛴 영상처럼 급작스럽다.

 

그렇다 보니 등장인물에 깊이 빠져들기 힘들고 이야기가 표피적으로 겉돌게 됐다.

한마디로 마이클 만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영화가 돼버렸다.

 

액션과 드라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영화가 흥행 실패하면서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한 탕 웨이(Tang Wei)와 왕리홍도 아쉽게 됐다.

 

두 사람은 '색계'에서 대학 동기로 나왔는데 이 작품에서는 오누이로 출연했다.

덩치 큰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가 섬세한 해커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 해커 중에 보디빌더 같은 사람들도 있으니 외모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밤 장면이 많다 보니 디테일이 묻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지만 야경의 색감은 자연스럽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를 지원한다.

 

내용상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게 울릴만한 영화는 아니다.

부록으로 해킹 설명, 로케이션 장소 소개, 제작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해킹 과정을 그래픽으로 시각화 한 점이 돋보인다.
중국 원자력발전소를 해킹하는 설정은 2010년 6월에 발견된 '스턱스넷' 웜바이러스 사건을 토대로 했다. 스턱스넷은 윈도PC를 통해 지멘스의 PLC를 감염시켜 이란의 부세르 원자력 발전소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망가뜨렸다.
보안업계에서는 스턱스넷이 특정 장비만 공격하고 다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설계된 점을 감안해 정부 기관에서 만든 것으로 의심했다. 그 배후로 이스라엘 모사드 산하 8200 정보부대와 미국이 의심받았다.
탕 웨이는 이 작품이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그는 2004년 중국 베이징 중앙연극학원을 나와 미스 월드 베이징 대회에서 입상하며 배우가 됐다.
'히트'처럼 한인 상점이 등장. 이 작품의 원제는 'Cyber'다.
마이클 만 감독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등은 영화 대부분을 디지털로 찍었으나 일부 장면을 35미리 필름 촬영했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몇 달 동안 컴퓨터 교육을 받으며 해커에 대한 감을 익혔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홍콩의 지하터널은 마이클 만 감독이 우연히 발견했다.
원자력 발전소 내부는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분장사들이 실제 방사선 사고 사진을 보고 방사선 화상을 당한 시체를 재현했다.
통신업체를 해킹해 5년 복역 후 출소한 뒤 '와이어드' 편집장이 된 캐빈 폴슨, 데이팅 웹사이트를 해킹해 감독을 갔다 온 수학박사 크리스토퍼 맥킨리 등이 영화의 자문을 맡아 해킹 과정을 현실감있게 재현했다.
영어 제목 blackhat는 범죄자인 검은 모자를 쓴 해커, 즉 블랙해커인 크래커를 의미한다.
황폐한 달 표면 같은 곳은 말레이시아의 페락에서 촬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코타부두에서 노천 전자상가 장면 등을 찍었다.
총 5,0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자카르타의 파푸아스퀘어 독립기념관 근처에서 네삐데이 축제 풍경을 재현했다. 
예측 가능하며 너무 단조롭고 평범한 결말이 실망스럽다. 그린햇 갱으로 유명한 알버트 곤잘레스, 2미터 넘는 키에 서퍼였던 스티브 와트 등은 우락부락한 근육질 해커였다.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촉산  (0) 2021.03.07
백발마녀전2(블루레이)  (0) 2021.03.03
인비저블  (0) 2021.02.24
끝과 시작  (0) 2021.02.11
여고괴담5 동반자살  (0) 202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