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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블레이드 러너 2049 (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2. 1. 18:10

리들리 스콧 감독이 30여 년 전에 만든 '블레이드 러너'(1982년)는 충격이었다.

암울한 회색 빛 영상 속에 갇힌 미래의 세계는 마천루 같은 건물 사이로 자동차들이 날아다니는 첨단 물질문명의 세상이었지만 결코 인간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사람과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의 등장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였다.

그때 스콧 감독이 영화 속에서 다룬 시대적 배경이 2019년, 바로 올해다.

 

물론 영화처럼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고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는 복제인간이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고 줄어들거나 여기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밀려나는 인간 소외 현상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영화와 요즘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든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년)는 원작 영화로부터 30년이 지난 세상을 다뤘다.

과학기술은 더욱 발전해 보다 정교해진 복제인간과 AI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암울한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복제인간들의 폭주 이후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단속은 강화되고 이 와중에 달아난 복제인간들은 스스로 생식을 통해 아이를 낳는다.

복제인간도 바이러스처럼 스스로 무한증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간으로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만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복제인간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복제인간이 투입되고, 이들을 손에 넣으려는 복제인간 제조사가 맞서면서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월레스라는 존재다.

복제인간의 대부 격인 그는 극 중 악역이지만 어찌 보면 신에 다가가려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레이첼이라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데커드(해리슨 포드)에게 보내 신 인류의 출현을 모색한다.

이 과정은 아담에게 이브를 보낸 성경의 낙원 추방을 연상케 한다.

 

결국 성서 속 인류의 출현을 복제인간의 창조에 빗대어 묘사한 셈이다.

과연 복제인간의 자가 생식을 허용할 것이냐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 영화는 존재의 묵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의 전환으로 다가간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론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인류에 대한 부정이 될 터이니 달리 방법이 없다.

그만큼 이 영화는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빌어 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SF) 영화이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철학적 질문에 뿌리를 둔 영화이기도 하다.

이런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매트릭스'의 오라클처럼 현자의 조언이라는 구도다.

오라클이 됐든 무당이 됐든 철학자가 됐든 결국 이런 존재는 신을 향한 가교 역할을 한다.

 

이 작품에서도 오라클 역할을 하는 외눈박이 여인이 등장한다.

이후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주인공 K의 행보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흘러가는 구도는 '매트릭스'와 흡사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이런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전개 방식은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상당히 난해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작품의 난해함 때문에 논란을 부른 원작처럼 이 영화 또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고 데커드와 레이철 등 원작의 캐릭터를 불러오는 재활용 또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돼 좋았다.

 

특히 정교해진 컴퓨터 그래픽 덕분에 어색하지 않은 AI 캐릭터의 등장과 첨단 기기들의 묘사, 와이드 스크린을 잘 살려 공간감을 극대화한 로저 디킨스의 촬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의 정점에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있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3D, 일반 블루레이와 부록 디스크 등 총 4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4K에 걸맞은 깔끔한 윤곽선과 뛰어난 디테일이 돋보인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웅장한 사운드와 위력적인 저음을 들려준다.

 

타격음을 들어보면 묵직하게 무게가 실려 있다.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서 서라운드 효과도 훌륭하다.

 

부록으로 작품 속 각종 디자인 설명, 원작과 이번 작품 사이의 세계를 다룬 '블레이드 러너 블랙아웃 2022', '블레이드 러너 2036', '블레이드 러너 2048' 등 세 편의 단편영화, 캐릭터와 복제인간 제조사 설명, AI 캐릭터 조망, 캐스팅 및 액션 장면, 의상 등 풍성한 내용이 들어 있다.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며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가 다룬 2049년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동물이 모두 멸종돼 대규모 농장 시설에서 배양한 곤충을 먹고 산다.
극 중 등장하는 K의 비행형 자동차인 스피너는 촬영을 위해 특수 제작했다.
조이는 AI가 적용된 가상현실 홀로그램이다. 조이는 쿠바 배우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
원작을 맡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작품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
원작에서 30년이 흐른 시점이지만 복제인간들은 여전히 인간들에게 미천한 족속으로 무시당한다.
자레드 레토가 복제인간의 대부 격인 니안더 월레스를 연기. 그는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실제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며 행동을 익혔다.
영화 속 미래에서는 천연섬유가 없어 모두 합성섬유로 만든 의복을 입는다.
한글이 등장해 반갑다. 극 중 라스베이거스는 핵 및 전자기 폭탄의 폭발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됐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랭크 시나트라가 노래를 부른다.
레이첼은  로렌 페타가 연기를 한 뒤 원작 배우인 숀 영의 모습을 디지털로 입혔다.
촬영은 '007 스카이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위대한 레보스키' 등을 찍은 로저 디킨스가 담당.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해리슨 포드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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