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 2012년)은 흔치 않은 사랑을 다뤘다.
속된 말로 '또라이'라고 표현하는 미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다.
그렇다고 광인처럼 난폭한 존재가 아니라 일종의 신경쇠약 같은 조울증이나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은 겉보기에 멀쩡하다.
다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기피하는 것들에 과도하게 반응해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정신병원이나 약물치료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주변의 관심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주위 사람들이 따뜻하게 받아주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러셀 감독은 이들이 사랑을 통해 변하는 과정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담았다.
조울증을 앓는 팻(브래들리 쿠퍼)과 섹스 중독으로 힘들어 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심지어 미식축구에 빠진 팻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까지 어떤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이 과정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여러모로 공감이 간다.
그만큼 이 작품은 정신질환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으로 다뤘다.
특히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니로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현실감을 더 했다.
이 작품으로 제니퍼 로렌스는 제 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식당에서 이야기 도중 치솟는 분노에 테이블을 쓸어버리는 연기를 보면 상을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과 일그러진 표정, 손짓 등에서 화면을 압도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러셀 감독이 매튜 퀵의 원작 소설을 현실감 넘치는 각본으로 바꿀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적인 아픔이 깔려 있다.
그의 큰 아들 매튜 러셀이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강박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주인공의 이웃집 청년으로 나온 남성이 러셀 감독의 큰 아들이다.
다행히 러셀 감독의 아들은 특수학교에서 연극 활동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다.
러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정신질환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도 사회의 일원인 만큼 혼자가 아니며 주변에서도 외면하지 말고 따뜻하게 품으라고 강조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인 만큼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이를 영화 제목이 여실히 말해 준다.
구름 뒤로 살짝 보이는 햇살이란 뜻의 실버라이닝은 희망을 의미한다.
여기에 플레이북은 미식축구팀의 감독이 갖고 다니는 정교한 작전집을 말한다.
제목 그대로,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은 정교한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암시하고 있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필름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색감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도가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삭제장면,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댄스연습과 질의응답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
프로 미식축구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중요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경기장 외에 팀의 경기모습 등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팀을 섭외하기에는 비용이나 일정 등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던 모양이다.
러셀 감독은 고인이 된 시드니 폴락 감독과 매튜 퀵의 원작 소설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여주인공 후보로 레이첼 맥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엘리자베스 뱅크스, 커스틴 던스트, 안젤리나 졸리 등이 물망에 올랐다. 제니퍼 로렌스의 옆모습과 앞모습이 누군가 닮았다.
앤 해서웨이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하면서 제니퍼 로렌스에게 역할이 넘어갔다.
원작 소설에서 여주인공은 30대 중반의 아가씨로 나온다. 로렌스는 이 영화 출연 당시 21세였다.
러셀 감독의 큰 아들 매튜 러셀은 강박장애를 앓고 있다. 배우를 꿈꾸는 그는 이 작품에서 이웃집 청년 역할로 잠깐 나온다.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나 '세레나' 등 서너 편의 영화에서 커플로 나왔다.
원래 마크 월버그가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나 러셀 감독이 브래들리 쿠퍼로 결정했다.
원작자 매튜 퀵은 고교 교사에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매우 힘든 상황에서 희망을 찾고 싶어 이 책을 썼다. 그가 묘사한 남녀 주인공과 아버지, 이웃집 청년 등은 우울증과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요즘 미국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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