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이면 듣기 좋은 노래가 엘튼 존의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말하지, 오늘 비가 올 것 같다고'(wise men say, it looks like rain today...)로 시작하는 노래는 '우리는 모두 때때로 사랑에 빠지네'(we all fall in love sometimes)로 마무리된다.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명반으로 꼽히는 '캡틴 판타스틱 앤 브라운 더트 카우보이' 앨범이다
재킷을 양면으로 쫙 펼칠 수 있게 제작된 이 LP 음반은 만화같기도 하고, 딥 퍼플의 음반 'April' 커버로 쓰여 유명한 네델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커버가 인상적이다.
이 음반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곡이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이다.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 놓고 바늘을 얹으면 사각사각 바늘 움직이는 소리에 이어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엘튼 존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무겁게 깔리는 피아노 선율 위에 얹힌 일렉 기타 소리는 비감한 선율과 함께 가슴을 내리 긁었다.
이 노래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Tonight' 같은 곡들을 들으면 엘튼 존이라는 가수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슬픈 발라드 가수같다.
하지만 피아노를 부서져라 두드리는 반주와 함께 흐르는 'Sad Song' 'Crocodile Rock' 등을 들어보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그만큼 엘튼 존은 다면적인 가수다.
덕분에 엄청난 히트곡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받았다.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 '엘튼 존 60 라이브 앳 매디슨스퀘어 가든'(Elton John : 60 Live at Madison Square Garden, 2007년)이다.
이 공연은 엘튼 존이 60세 생일을 맞은 2007년 3월25일 자축 파티 후 뉴욕의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가진 공연이다.
그가 대단한 가수라는 점은 30곡이 넘는 히트곡과 더불어 공연에 참가한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면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우피 골드버그, 피어스 브로스넌, 앤 해서웨이, 키퍼 서덜랜드 등을 비롯해 메탈 가수 오지 오스본 등이 객석에 앉아 엘튼 존의 공연을 빛냈다.
이들은 일어서서 엘튼 존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등 공연 자체를 흥겹게 즐겼다.
공연시간만 장장 3시간에 이를 만큼 대공연인데도 객석의 흥겨운 반응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게 된다.
물론 주요한 히트곡들이 줄줄이 이어져 노래를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엘튼 존은 적지 않은 나이에 3시간의 공연이 버거울 만도 한데 잠시도 쉬지 않고 공연을 이어갔다.
물론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다 보니 움직임이 적어서 장시간 공연이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나이 60에 쉬운 일은 아니다.
언뜻보면 피아노 앞에 앉아 계속 노래를 부르는 것이 주가 되다보니 단조로울 수도 있는데 다채로운 앵글을 통해 무대와 객석을 골고루 비추며 보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유명 인사들의 반응을 적절하게 잡아 이들과 함께 공연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만큼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구성이 잘된 타이틀이다.
밴드도 훌륭하게 뒤를 받쳐 어느 파트 하나 튀지 않고 골고루 조화가 잘 이뤄진 소리를 들려준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3시간 18분에 이르는 긴 공연을 한 장의 디스크에 모두 담았다.
1080i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영상은 공연물 치고는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1080p 풀HD의 영화 타이틀과 비교하면 윤곽선의 예리한 맛은 떨어진다.
PCM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관중의 환호가 들리는 등 무난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음량이 풍성하며 현의 울림이 잘 살아 있다.
특별한 부록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1947년 영국에서 태어난 엘튼 존의 본명은 레지널드 드와이트이다. 4세때부터 피아노를 친 그는 나중에 밴드활동 하면서 사용한 예명을 고쳐서 엘튼 존으로 개명했다.
엘튼 존의 60세 생일파티 후 가진 공연이어서 이를 알리는 영상이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했다.
객석에 앉아 있는 오지 오스본 부부.
우피 골드버그와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엘튼 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작사가 버니 토핀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1970년대 엘튼 존과 콤비를 이뤄 주옥같은 가사를 썼고 여기에 엘튼 존이 곡을 붙여 수 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피어스 브로스넌 부부도 공연 관람을 했다.
색소폰 연주를 즐기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공연에 참가. 그의 모습은 자주 나온다.
미국 드라마 시리즈 '24'의 주인공 키퍼 서덜랜드도 참가.
엘튼 존은 1976년 롤링스톤즈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성애자라는 점을 공개했다. 그 바람에 한동안 음반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앤 해서웨이도 객석에서 노래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많은 관객들이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등 공연을 즐겼다.
캡틴판타스틱 앤 브라운더트카우보이 음반의 캐릭터를 도안한 기타. 캡틴판타스틱은 엘튼 존, 브라운더트 카우보이는 버니 토핀을 의미한다.
sixty years on 으로 시작한 공연은 daniel, the bridge,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거쳐 your song으로 마무리 됐다. 중간에 부른 empty garden은 존 레논을 추모하는 곡이다. 그는 1974년 비틀즈가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가진 마지막 공연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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