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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블루레이)

울프팩 2014. 4. 23. 16:14

제롬 로빈스와 레너드 번스타인 두 천재가 참가했다는 점 만으로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61년)는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협을 모르는 두 천재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만든 이 영화는 덕분에 이 작품 이전에 나온 뮤지컬영화와 확연히 다른 개성 강한 작품이 됐다.

 

완벽주의자였던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자신이 머리 속에서 그려낸 훌륭한 안무가 나올 때까지 무용수들을 극한까지 몰아 붙였다.

비록 배우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고생하고 숱한 NG와 부상에 시달렸지만, 덕분에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안무는 한 편의 드라마같다.

 

제트파 멤버들이 지하 차고에 모여 일전을 준비하는 군무는 훗날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Beat It'에 모델이 됐고, 제트파와 샤크파의 두 대장이 칼날을 번뜩이며 펼치는 대결은 춤이라기 보다 액션에 가깝다.

그만큼 시대를 앞서간 그의 안무는 대사나 노래 없이 몸으로 스토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제롬 로빈스의 안무가 이 영화의 X축이라면 Y축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이다.

오랜 세월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지낸 번스타인은 이 작품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작곡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춤곡들이다.

무용수들 입장에서는 4분의 2박, 4박, 8박으로 딱 떨어져야 춤 추기 좋은데, 레너드 번스타인은 5분의 4박, 25분의 6박 식으로 리듬을 깨는 변칙적 음악을 선보였다.

 

그 바람에 무용수들은 리듬을 타느라 엄청 고생했지만, 덕분에 역동적인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번스타인은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를 보내며 들은 후아팡고라는 댄스 리듬을 과감히 영화음악에 도입하는 등, 기존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해 음악에 변화를 줬다.

 

더불어 오페라 아리아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Tonight', 흥겨운 'America'와 절절함이 묻어나는 'Maria' 등 대중적인 곡들을 들어보면 번스타인이 클래식 음악가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감각적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제롬 로빈스의 완벽한 안무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변화무쌍한 음악이 빚은 뮤지컬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금자탑이다.

 

두 사람을 길게 강조한 이유는 이 작품의 장점은 모두 두 사람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롬 로빈스와 더불어 공동 감독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제롬 로빈스나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천재성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이 될 만한 요소를 최대한 감춘 타고난 연출가였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평범한 드라마와 단순한 대사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

 

원작과 달리 마리아가 마무리하는 해피엔딩도 대중에 영합하기 위한 무사 안일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 간 것은 모두 '시민 케인' '위대한 앰버슨가' 등을 편집한 편집의 대가 로버트 와이즈 감독 덕분이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 3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제롬 로빈스와 함께 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공동 수상했다.

개봉한 지 무려 5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역동적인 춤과 노래, 감각적인 영상 등은 요즘 작품에 견주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걸작 소리를 들을 만한 발군의 뮤지컬영화다.

50주년 기념판을 수록한 블루레이 타이틀은 1080p 풀HD의 2.2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와이드스크린을 잘 살린 영상은 DVD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질이 좋다.

색감이 강렬하고 예리한 샤프니스를 보여준다.

 

음향은 DTS-HD 7.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는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저음의 울림이 좋은 편.

 

부록으로 작사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이 들려주는 일부 수록곡 해설과 댄스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댄스 제작과정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다만 국내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DVD에 들어 있는 영화제작 다큐멘터리 영상이 제외돼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타이틀이 자연스럽게 뉴욕의 부감샷으로 바뀌는 인트로도 인상적이다. 헬기로 촬영한 이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보지 못한 뉴욕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손가락을 튕기는 핑거스냅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제롬 로빈스의 아이디어다. 핑거스냅은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뛰는 심장과 긴장, 열망 등을 나타내며 무엇인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처럼 작용했다. 프롤로그는 뉴욕 맨하탄의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링컨센터 자리에서 촬영. 

지면에 납작 붙은 듯한 앙각샷은 제롬 로빈스의 제안으로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카메라를 낮게 배치한 뒤 촬영. 바로 오손 웰즈가 '시민 케인'에서 써먹은 방법이다. 촬영은 70mm 카메라로 찍었다.

이 작품은 이민이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 다인종사회인 미국의 갈등을 뮤지컬에 잘 녹여냈다. 극중 제트파는 폴란드 이민자의 후손들, 샤크파는 푸에르토리코 출신들로 설정됐다. 

원래 이 작품의 연극판은 아일랜드계 카톨릭 청년과 유대인 소녀의 사랑을 다뤄 제목이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그런데 1940, 50년대 푸에르토리코인들이 뉴욕으로 많이 이민을 오면서 시대 상황에 맞게 1957년 내용을 고치고 제목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개명해 브로드웨이에 다시 올렸다. 

단순한 스토리 및 대사와 더불어 혹평을 받은 또다른 요소는 바로 주연배우들이었다. 리처드 베이머와 나탈리 우드가 연기한 남녀 주인공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바람에 이 영화는 무려 10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도 남녀주연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특히 걸출한 조연들 때문에 남녀 주연이 더욱 묻혔다. 푸에르토리코 갱단 두목을 연기한 조지 차키리스와 여주인공의 친구 아니타를 연기한 리타 모레노는 춤은 물론이고 강렬한 연기까지 선보여 아카데미 남녀조연상을 모두 받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씬이 비상계단 장면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의 안무 및 공동감독을 맡은 제롬 로빈스는 원래 이 작품 참여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제롬 로빈스는 제작자 월터 미리쉬의 설득으로 참여하게 됐으나 안무만 하지 않겠다며 감독도 요구했다. 이에 제작자는 로버트 와이즈를 공동감독으로 섭외해 춤은 제롬, 드라마는 로버트 와이즈가 연출하도록 했다. 

원래 여주인공 역은 오드리 헵번이 제의를 받았으나 임신 중이어서 무산됐고, 제롬 로빈스와 관계가 돈독한 나탈리 우드가 맡게 됐다. 나탈리는 열심히 발레 교습을 받으며 계약에 따라 노래도 직접 부르고 사운드트랙 취입까지 했다. 하지만 노래실력이 딸려 실제 영화에 들어간 노래는 모두 마니 닉슨이 대신 불렀다. 

제롬 로빈스는 춤 연습에만 3개월을 쏟아부었다. 제롬은 배우들이 하기 힘든 고난이도 동작을 혹독하게 요구하며 쓰러질때까지 연습을 시켰고,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끝없이 되풀이해서 촬영했다. 그 바람에 촬영이 길어지자 제작진은 그를 촬영 중 해고했다. 

색 유리로 모자이크 된 방문이 눈길을 끈다. 조명이 문을 투과하면 벽이나 인물들에게 환상적인 색색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기막힌 이 장면은 보리스 레븐의 아이디어다. 그는 초반 프롤로그를 빼고는 모두 세트 촬영된 이 영화의 미술감독을 맡았다. 

제롬 로빈스는 싸움 장면을 모두 박자를 세면서 무용으로 구성했다. 아니타 역의 노래는 배우인 리타 모레노 대신 원래 베티 완드가 부를 예정이었으나 노래 목소리와 표정이 어울리지 않아, 'A Boy Like That' 한 곡만 베티가 더빙하고 'America'와 'Quintet'은 리타 모레노가 직접 불렀다. 

젊어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서 활약한 미국 최고의 발레 안무가였던 제롬 로빈스는 이 작품을 비롯해 '왕과 나' '지붕위의 바이얼린' 등 뮤지컬을 연출했으며, 1998년 뇌줄중으로 79세에 타계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사운드 오브 뮤직' '산파블로' '극장판 스타트렉' 등을 연출했으며 2005년 심장마비로 91세에 세상을 떠났다. 

리처드 베이머가 연기한 주인공 토니 역의 노래는 모두 지미 브라이언트가 더빙했다. 원래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토니 역할로 엘비스 프레슬리를 고려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Disc)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블루레이
나탈리 우드 출연/로버트 와이즈 감독/Richard Beymer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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