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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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블루레이)

울프팩 2019. 1. 15. 00:00

톰 티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년)은 잘 만든 스릴러다.

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나 반정부단체 등에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거나 돈세탁, 불법 자금을 대출해 주고 돈을 버는 다국적 은행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실화다.

실제 내용을 약간씩 바꾸고 액션을 가미했지만 기본 소재는 1991년 발생한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베디가 세운 BCCI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금융거래를 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 외에 독재자들에게 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반정부단체,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고 돈을 벌었다.


북한이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 미사일,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한 실크웜 미사일 등이 모두 BCCI를 거쳐갔다.

결국 이런 불법 거래가 문제 돼 1991년 7월 미국 영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BCCI의 재산을 동결하고 수사를 벌이면서 파산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꾸준히 인맥과 자금 조달망을 가동해 알 카에다를 지원하고 급기야 911 테러의 배후인 빈 라덴에게도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BCCI는 국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에도 지점을 갖고 있던 이들이 파산하면서 거래 관계였던 우리나라의 30여 개 수출업체가 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상황에 놓였고 일부 업체들은 부도 지경까지 몰렸다.

그만큼 BCCI 사건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은 BCCI를 IBBC로 살짝 바꿨는데 누가 봐도 BCCI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인터폴 수사관이 나오미 왓츠가 맡은 뉴욕 검사와 공조해 은행 수뇌부를 잡는 내용이다.


나름 수사과정을 꼼꼼하게 다루고 청부살인업자까지 등장시키는 액션을 가미해 영화적 재미를 추구했다.

특히 둥그스름한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벌이는 총격전을 긴장감 넘치게 잘 구성했다.


그러나 IBBC가 사건의 배후이며 이들이 무기거래에 관여한다는 전체적인 맥락은 알겠지만 이들이 움직이는 방식이나 각국 정부와 첩보기관이 알게 모르게 동조하는 등 국제 정치계의 배후 맥락까지 짚어 내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가 아닌 재미를 추구하는 극 영화의 한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스릴러적 구성으로 BCCI 사건을 다시 환기시킨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시종일관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이 훌륭했다.


더불어 세계 각국을 오가며 수사를 벌이는 만큼 유럽의 각국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자연스럽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사방을 휘감는 빗소리가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형성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각본가 에릭 싱어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과 제작 과정, 세트 설명, 건축물 소개와 예고편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일부 영상은 HD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클라이브 오웬이 인터폴 수사관으로 등장.

초반 장면은 베를린 중앙역 앞에서 촬영. 영화의 소재가 된 BCCI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간 은행이었다.

감독은 건물과 풍광을 최대한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포커스가 훨씬 넓은 65미리 렌즈로 촬영했다.

프랑스 리용에서 촬영한 장면. BCCI는 각국에서 분쟁을 유발해 무기 구입이나 쿠데타 자금 등으로 빚을 지게 만들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를 챙겼다.

톰 티크베어 감독은 1970, 80년대 스릴러인 '마리톤맨' '도청' '팔콘과 스노우맨' '프렌치 커넥션' 등의 영화를 참고했다.

룩셈부르크의 IBBC 본사로 나온 건물들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를 활용했다. 실제 BCCI는 룩셈부르크에 지주회사를 뒀다.

아우토슈타트의 건물을 65미리 렌즈로 촬영. 극 중 IBBC의 모토는 "국가든 개인이든 빚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나오미 왓츠가 사건을 수사하는 뉴욕의 검사로 출연.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암살 사건 장면은 밀라노에서 촬영. BCCI는 결국 각국 정부에서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정지시켜 파산했다. 그러나 수뇌부는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밀라노 명품거리에서 촬영한 장면. 티크베어 감독은 건물이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주고 도시 풍경을 바꿔놓는다고 보고 건물을 중요하게 찍는다.

암살범이 묵은 호텔은 밀라노의 유서 깊은 고급 호텔인 엑셀시어 갈리아 호텔이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암살 장면은 8대의 카메라로 촬영.

제작진은 암살 현장으로 밀라노의 기차역을 선택. 역사는 무솔리니 시대의 건축물이다. 역 앞에 보이는 작은 술집은 제작진이 현장에 만든 세트다.

구겐하임 미술관에 걸려 있는 비디오 아트는 영화를 위해 줄리안 로제펠트가 만들었다.

제작진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요란한 총격전을 찍기 위해 세트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에 부탁해 건축물의 캐드 설계도를 받았다.

제작진은 둥그스름한 모양의 구겐하임 미술관 내부 세트를 베를린 근처의 바벨스베르크 외곽에 있는 오래된 폐건물 기차 창고에 만들었다. 벽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프라하의 UPP사에서 만들었다.

오우삼 감독이 제작에 참여. 그 영향인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 요란하다.

이탈리아 라고 디세오 섬에서도 촬영.

BCCI는 지주사를 룩셈부르크, 본점은 런던에 있었다. 그러나 핵심 수뇌부는 카라치에 있었으며 별도의 비밀은행을 조세 회피처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케이맨 군도에 뒀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촬영. 영국 정부는 알 카에다의 자금 지원에 BCCI의 대주주였던 하리드 빈 마후즈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동 최대 민간 은행인 내셔널은행(NCB)을 소유했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 위쪽에 있는 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도 65미리 렌즈로 촬영.

축출된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 체포된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 등이 BCCI를 통해 돈을 빼돌렸다. 파키스탄의 핵 개발 자금도 BCCI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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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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