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년)는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발언, 대선 후보들의 동성애 찬반 논란 등으로 시끄러운 요즘 분위기와 잘 맞는 영화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점령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연합군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일본군과 영국군 사이에 미묘한 동성애 분위기를 다뤘다.
영화 속 내용들은 원작 소설인 '씨와 씨 뿌리는 자'를 쓴 로렌스 판 데르 포스트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네델란드군이었던 포스트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자바 섬에서 일본군에 대항할 게릴라 부대를 만들던 도중 일본군에게 사로잡혔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는 1926년에 배운 일본어로 살려달라고 외쳤고 일본어를 하는 서양 군인에게 놀란 일본군들이 살려줘 목숨을 건졌다.
영화 속에서는 그의 경험들이 톰 콘티가 연기한 로렌스 중령을 통해 나타났다.
그렇다고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전적으로 소설대로 따라한 것만은 아니다.
오시마 감독은 폴 마이어스버그를 기용해 소설을 영화에 적합하도록 고쳤다.
소설 속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잭 소령(데이비드 보위)의 역할을 늘려 일본군 요노이 대위(사카모토 류이치)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
그 바람에 영화 속 인물들 간에 긴장관계가 높아졌다.
여기에 오시마 나기사 감독 특유의 정갈한 카메라 구도와 앵글이 얹혀 갇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동성애적 상황을 세심하게 잘 표현했다.
그렇다고 성애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다.
그런 장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한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서양인이 아닌 일본인의 시각에서 만든 일본군이 운영한 포로수용소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다.
더불어 극 중 일본군 장교를 연기한 가수 사카모토 류이치가 만든 음악도 인상적이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이 작품을 계기로 '마지막 황제' '리틀 붓다' 등 다른 영화음악도 맡았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오래된 작품인 만큼 윤곽선이 뭉개지며 디테일이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별도 디스크에 따로 들어 있다.
제작과정, 각본, 로케이션과 음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작품은 일본군이 1942년 자바에 운영한 연합군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원작 소설을 쓴 로렌드 판 데르 포스트는 소설 속에 가공한 이야기를 넣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모두 사실이라는 뜻.
자바 시내 풍경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촬영. 오클랜드 기차역사 앞에서 찍은 장면.
이 작품은 일본 영국 호주 뉴질랜드가 합작해 만들었다. TV아사히가 제작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를 촬영지로 정한 것은 제작비 문제 때문.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을 면제받기 위해 조세도피처인 뉴질랜드의 라로통가섬에서 촬영. 뉴질랜드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도 했다.
촬영감독인 나루시마 도이치로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으로 참전해 여러 차례 일본도로 참수를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촬영 때 참수 장면에 칼 휘두르는 것을 시연했다고 한다.
영국의 글램록 가수인 데이비드 보위가 잭 소령 역으로 출연. 이 작품은 영국과 일본 가수가 만난 영화이기도 하다.
원래 로버트 레드포드를 섭외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찍은 흑백 화보를 보고 섭외했다. 사카모토는 영화 음악을 맡은 조건으로 출연했다. 당시 사카모토는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라는 3인조 테크노팝 밴드 활동을 했다.
일본군 하사관으로 출연한 기타노 다케시. 톰 콘티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촬영하면서 일본어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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