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휴양지로 꼽히는 사르데냐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 가리발디 장군과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안토니오 그람시다.
프랑스 태생인 가리발디는 사르데냐왕국의 해군에 입대해 주변지역을 점령하면서 오늘날 이탈리아의 기반을 닦았다.
어려서 질병을 앓아 꼽추가 된 병약한 소년 그람시는 사르데냐에서 태어나 칼리아리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토리노대학을 나와 1921년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오늘날 세계사의 중요한 인물이 된 두 사람이 이 곳에서 나온 것은 척박한 풍토와 무관치 않다.
경치가 좋은 해안을 제외하고 내륙지방은 토양이 척박하고 바람이 세게 불어 방목을 제외하고는 농사짓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기원 전부터 숱한 외침을 겪다보니 사람들이 투쟁적일 수 밖에 없다.
가리발디와 그람시는 이 같은 사르데냐 사람들의 투쟁적인 기질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사르데냐의 주도(州都) 칼리아리에는 이 같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인구 16만명의 작은 도시인 이 곳은 기원전 1500년경에 존재했던 누라게 문명부터 로마시대의 유적, 중세 성당과 요새, 제 2 차 세계대전의 폭격 흔적 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칼리아리를 둘러 보려면 공항에서 시내행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터미널에서 내리면 된다.
요금은 4유로.
한 정거 가는데 현재 환율 기준 6,000원이니 비싼 편이다.
터미널에 내리면 바닷가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관광안내센터가 나온다.
여기서 지도를 한 장 얻어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둘러 보면 된다.
주요 도로, 즉 큰 길 위주로 걸어서 반나절이면 웬만한 명소들을 대충 둘러 볼 수 있다.
경사진 언덕이어서 힘들 수 있지만 도시가 크지 않아 쉬엄쉬엄 다니면 충분히 걸어서 볼 수 있다.
걸어 다녀야 오래된 유럽 도시들의 공통점인 아기자기한 좁은 골목의 운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주로 로마시대 원형 극장, 여기저기 산재한 성당들과 성벽, 요새탑 등이 볼거리.
상업은 그리 발달한 편이 아니며 식당들과 현지 특산물을 파는 상점들 정도가 둘러 볼 만 하다.
칼리아리 역시 유럽의 오래된 관광도시들이 안고 있는 숙명인 이렇다 할 산업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주로 육지로 일을 찾아 떠난다.
볼거리나 낭만은 체코 프라하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만큼은 못하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혹시 칼리아리와 두브로브니크를 모두 갈 계획이 있다면 이 곳을 먼저 둘러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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