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노이스 감독의 '캐치 어 파이어'(Catch A Fire, 2006년)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실화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흑백 인종차별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했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
중요한 것은 흑인과 백인의 대립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정치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인종차별정책 등 정치는 일부러 멀리하고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 챙겼던 패트릭 차무소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저항조직의 투사로 변신한다.
패트릭 차무소를 변하게 한 것은 끊임없이 저항을 부르짖은 반정부 단체가 아니라 공포 정치를 펼친 백인들이었다.
엉뚱하게 테러범의 누명을 쓰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패트릭은 그때부터 살기 위해 저항조직을 스스로 찾아간다.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살다가는 어느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달구어지고 수 없이 두드릴수록 강철이 단련되는 것처럼 패트릭 차무소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투사가 됐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패트릭 차무소가 테러리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폭압적인 독재 정권이 가혹한 악정을 펼칠 수록 점점 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준다.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를 지나치게 흑인 위주의 시선으로만 흐르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인종차별 정책의 이면에는 300만의 백인이 2,500만명의 흑인을 다스리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짚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실화가 주는 위대함 때문이다.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준 패트릭 차무소 뿐 아니라 제작자인 로빈 슬로보와 대본을 쓴 숀 슬로보 자매도 남아공의 반정부단체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유명한 저항운동가 조 슬로보와 루스 퍼스트 부부의 딸들이다.
특히 모잠비크 대학에서 일했던 슬로보 자매의 모친 루스 퍼스트는 남아공에서 보낸 소포 폭탄이 터져 폭사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언론이나 책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아니라 실제 아파르트헤이트를 몸으로 겪은 사람들의 절절한 고백이다.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45년 만인 1993년 막을 내리고 이듬해 ANC 의장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그토록 오랜 세월 백인들에게 핍박받던 흑인들이 정권을 잡은 뒤 백인들을 모두 용서했다는 점이다.
백인들이 아파르트헤이트를 그토록 오랜 세월 유지했던 것은 흑인들이 권력을 잡으면 백인들을 죽이거나 재산을 빼앗는 등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흑인들은 고문과 무차별 학살을 저지른 군대와 경찰쪽 일부 백인들을 법적으로 단죄한 것 말고는 대부분의 백인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재산을 빼앗지 않았다.
더러 군대나 경찰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백인들이 예전처럼 살던 곳에서 변함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혹독하게 고문하고 가정을 박살낸 백인 고문 경찰을 지켜보면서 말없이 분노를 삭이는 패트릭 차무소의 모습에서 진정한 기적을 발견할 수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거 거칠고 지글거리며 샤프니스도 높지 않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과 제작자, 배우, 패트릭 차무소가 참여한 음성해설 및 삭제장면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을 제작한 로빈 슬로보와 대본을 쓴 숀 슬로보는 자매다. 그들의 부모는 ANC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조 슬로보와 루스 퍼스트이다. 팀 로빈스가 연기한 남아공의 악독한 보안대 지휘관 닉 보스는 가상 인물이다. 작가가 남아공 경찰과 보안대의 여러 인물을 섞어서 만들었다. 정권을 잡은 백인들은 흑인들이 외출시 반드시 통행증을 소지하도록 했고 밤 8시 이후에는 다니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다보니 백인들은 흑인들을 두려워 해 총기를 소지하고 사격 연습을 했다. 풍요로운 백인들의 삶. 영화 제목은 자메이카의 대중 영웅이었던 밥 말리의 앨범 제목에서 따 왔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흑인 거주구역인 홈랜드. 백인들은 국토의 13%에 불과한 척박한 오지인 이 곳에 국민의 85%인 흑인들을 몰아 넣다시피 했다. 패트릭 차무소 역할을 한 데릭 루크. 그는 촬영 전 차무소를 만나서 연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남아공 군대는 모잠비크의 흑인 군대처럼 위장해 1981년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 설치된 ANC의 비밀캠프를 급습, 12명을 사살했다. 흑인처럼 검은 칠을 한 남아공 군대 중에는 흑인 병사도 섞여 있었다. 영화는 제작 여건 때문에 낮에 급습한 것으로 묘사했으나 실제로는 야습이었다. ANC 지도자들은 구 소련이나 동독에서 훈련을 받았고, 일부는 베트남을 방문해 월남전을 지휘한 보 구엔 지압 장군에게 게릴라 전술을 배우고 돌아 왔다. 그들은 사회주의국가인 모잠비크에 둥지를 틀고 훈련캠프를 운영했다. 비산유국인 남아공은 나치 독일에서 석탄을 이용해 휘발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도입한 뒤 요하네스버그 인근 세쿤다에 커다란 정유공장 2개를 세웠다. 특히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이 제재를 가하면서 석유 수입이 힘들어져 정유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ANC 캠프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차무소는 자신이 일하던 세쿤다 정유공장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시켰다. 세쿤다 정유공장은 남아공 전체 유류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차무소는 25년형을 선고받고 만델라가 갇혔던 로빈섬에서 복역 중 1991년 석방됐다. 실제 패트릭 차무소의 모습. 그는 만델라 정권의 합류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80여명의 아이들이 머무는 투시스터즈라는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흑백 인종차별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했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
중요한 것은 흑인과 백인의 대립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정치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인종차별정책 등 정치는 일부러 멀리하고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 챙겼던 패트릭 차무소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저항조직의 투사로 변신한다.
패트릭 차무소를 변하게 한 것은 끊임없이 저항을 부르짖은 반정부 단체가 아니라 공포 정치를 펼친 백인들이었다.
엉뚱하게 테러범의 누명을 쓰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패트릭은 그때부터 살기 위해 저항조직을 스스로 찾아간다.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살다가는 어느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달구어지고 수 없이 두드릴수록 강철이 단련되는 것처럼 패트릭 차무소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투사가 됐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패트릭 차무소가 테러리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폭압적인 독재 정권이 가혹한 악정을 펼칠 수록 점점 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준다.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를 지나치게 흑인 위주의 시선으로만 흐르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인종차별 정책의 이면에는 300만의 백인이 2,500만명의 흑인을 다스리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짚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실화가 주는 위대함 때문이다.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준 패트릭 차무소 뿐 아니라 제작자인 로빈 슬로보와 대본을 쓴 숀 슬로보 자매도 남아공의 반정부단체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유명한 저항운동가 조 슬로보와 루스 퍼스트 부부의 딸들이다.
특히 모잠비크 대학에서 일했던 슬로보 자매의 모친 루스 퍼스트는 남아공에서 보낸 소포 폭탄이 터져 폭사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언론이나 책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아니라 실제 아파르트헤이트를 몸으로 겪은 사람들의 절절한 고백이다.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45년 만인 1993년 막을 내리고 이듬해 ANC 의장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그토록 오랜 세월 백인들에게 핍박받던 흑인들이 정권을 잡은 뒤 백인들을 모두 용서했다는 점이다.
백인들이 아파르트헤이트를 그토록 오랜 세월 유지했던 것은 흑인들이 권력을 잡으면 백인들을 죽이거나 재산을 빼앗는 등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흑인들은 고문과 무차별 학살을 저지른 군대와 경찰쪽 일부 백인들을 법적으로 단죄한 것 말고는 대부분의 백인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재산을 빼앗지 않았다.
더러 군대나 경찰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백인들이 예전처럼 살던 곳에서 변함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혹독하게 고문하고 가정을 박살낸 백인 고문 경찰을 지켜보면서 말없이 분노를 삭이는 패트릭 차무소의 모습에서 진정한 기적을 발견할 수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거 거칠고 지글거리며 샤프니스도 높지 않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과 제작자, 배우, 패트릭 차무소가 참여한 음성해설 및 삭제장면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을 제작한 로빈 슬로보와 대본을 쓴 숀 슬로보는 자매다. 그들의 부모는 ANC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조 슬로보와 루스 퍼스트이다. 팀 로빈스가 연기한 남아공의 악독한 보안대 지휘관 닉 보스는 가상 인물이다. 작가가 남아공 경찰과 보안대의 여러 인물을 섞어서 만들었다. 정권을 잡은 백인들은 흑인들이 외출시 반드시 통행증을 소지하도록 했고 밤 8시 이후에는 다니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다보니 백인들은 흑인들을 두려워 해 총기를 소지하고 사격 연습을 했다. 풍요로운 백인들의 삶. 영화 제목은 자메이카의 대중 영웅이었던 밥 말리의 앨범 제목에서 따 왔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흑인 거주구역인 홈랜드. 백인들은 국토의 13%에 불과한 척박한 오지인 이 곳에 국민의 85%인 흑인들을 몰아 넣다시피 했다. 패트릭 차무소 역할을 한 데릭 루크. 그는 촬영 전 차무소를 만나서 연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남아공 군대는 모잠비크의 흑인 군대처럼 위장해 1981년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 설치된 ANC의 비밀캠프를 급습, 12명을 사살했다. 흑인처럼 검은 칠을 한 남아공 군대 중에는 흑인 병사도 섞여 있었다. 영화는 제작 여건 때문에 낮에 급습한 것으로 묘사했으나 실제로는 야습이었다. ANC 지도자들은 구 소련이나 동독에서 훈련을 받았고, 일부는 베트남을 방문해 월남전을 지휘한 보 구엔 지압 장군에게 게릴라 전술을 배우고 돌아 왔다. 그들은 사회주의국가인 모잠비크에 둥지를 틀고 훈련캠프를 운영했다. 비산유국인 남아공은 나치 독일에서 석탄을 이용해 휘발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도입한 뒤 요하네스버그 인근 세쿤다에 커다란 정유공장 2개를 세웠다. 특히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이 제재를 가하면서 석유 수입이 힘들어져 정유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ANC 캠프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차무소는 자신이 일하던 세쿤다 정유공장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시켰다. 세쿤다 정유공장은 남아공 전체 유류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차무소는 25년형을 선고받고 만델라가 갇혔던 로빈섬에서 복역 중 1991년 석방됐다. 실제 패트릭 차무소의 모습. 그는 만델라 정권의 합류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80여명의 아이들이 머무는 투시스터즈라는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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