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하워드 감독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년)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기를 다루고 있다.
1890년대 가난한 아일랜드에서 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자들이 오클라호마의 땅을 차지해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톰 크루즈와 실제 부부였던 니컬 키드먼이 연인으로 등장해 아일랜드 이민자를 연기했다.
영화는 톰 크루즈가 맨 주먹 하나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오클라호마의 땅을 차지하는 과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답게 서민 영웅의 뒤에 숨겨진 아픈 역사는 애써 이야기 하지 않는다.
땅따먹기식 개발 붐으로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오클라호마에서 서부와 북부로 쫓겨나 몰이사냥을 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더불어 유달리 대접을 받지 못한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아픈 과거 또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에 1840년 감자 노균병이 번지면서 대기근이 나라를 휩쓸자 아일랜드 사람들은 수십 년에 걸쳐 미국으로 밀려 든다.
그러나 가진 게 없고 거칠며 천주교 신자였던 아일랜드인들은 먼저 미국에 와서 자리를 잡은 신교도인 영국인들과 충돌하며 식민지에서조차 핍박을 받았다.
그들이 거리에서 매춘을 하고 허드렛일을 하며 길거리 격투로 먹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마피아 이전에 미국에는 '갱스 오브 뉴욕'이 말해주듯 아일랜드 갱들이 먼저 설쳤다.
정작 영화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더 그레이트 랜드 러시'(The Great Land Rush)로 칭하는 대개발붐에만 집중했다.
어차피 사극이 아닌 두 남녀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만 부각시킨 점은 거슬린다.
하지만 와이드 앵글을 활용한 시원한 영상과 대개발붐의 에피소드를 적당히 섞은 후반부 이야기는 볼 만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썩 좋지는 않다.
입자가 거칠어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디테일이 뭉개질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았던 DVD 타이틀과 비교하면 한결 나은 화질이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따로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과 막판 장면들은 슈퍼65mm 포맷으로 촬영했다.
촬영은 TV 시리즈 '롬'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영화 '하드레인' 등을 감독한 마이클 살로먼이 맡았다.
촬영 당시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컬 키드먼이 연인으로 출연.
론 하워드 감독은 이 장면에서 니컬 키드먼의 표정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키드먼에게 알리지 않고 크루즈와 상의해 옷을 모두 벗고 찍기로 했다. 이를 모르고 촬영장에 들어선 키드먼은 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이 표정이 고스란히 영화에 들어갔다.
빛이 좋은 장면. 니컬 키드먼은 촬영을 위해 더블린 액센트를 따로 배웠지만 영화에서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했다.
격투 시합 장면은 몬타나주 빌링스에 있는 기차역을 개조해 찍었다. 토마스 깁슨이 연기한 스티븐 역으로 숀 빈도 고려됐다.
이 영화는 톰 크루즈와 니컬 키드먼이 함께 출연한 두 번째 영화다. 첫 번째 영화는 2년 앞서 찍은 '폭풍의 질주'다.
하워드 감독은 로버트 프로스키가 연기한 아일랜드의 지주역할에 로드 스타이거를 섭외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리차드 해리스도 같은 역할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
'더 그레이트 랜드 러시'로 칭하는 대개발붐은 영화처럼 먼저 가서 깃발을 꽂는 사람에게 땅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부는 영화처럼 신호가 울리기 전에 미리 가서 숨어 있다가 땅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빠르게 달려 말이 죽기도 하고, 마차가 부서지기도 했다. 심지어 먼저 땅을 차지한 사람을 죽이고 빼앗는 경우도 많았다.
대개발붐 장면은 역사재현팀에서 모집한 800여명의 엑스트라와 400필의 말, 200대의 마차가 동원됐다. 론 하워드 감독의 증조부모도 1893년 오클라호마를 향한 대개발붐에 참가했다.
영화 초반 톰 크루즈의 아버지가 죽는 장면과 막판 톰 크루즈가 쓰러진 장면은 카메라 움직임이 동일하다. 인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점점 멀어지는 크레인샷은 마치 영혼이 빠져서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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