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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황야의 7인 (블루레이)

울프팩 2015. 1. 8. 23:00

예전에는 신년 연휴가 사나흘이었다.

갈 수록 세상이 살기 좋아지려면 휴일도 늘어야 할텐데 거꾸로 줄어들어 힘들게 하니 안타깝다.

 

그렇게 '신정 연휴'가 사나흘 이어지다보면 연휴 기간 내내 TV방송에서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때 자주 나온 영화가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년)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줄거리와 구성에서 탁월했다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작은 캐릭터의 승리다.

 

율 브린너(Yul Brynner),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버트 본(Robert Vaughn), 호르스트 부흐홀즈(Horst Buchholz), 일라이 왈라치(Eli Wallach) 등 우리에게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출연해 개성있는 연기로 원작과 또다른 느낌의 훌륭한 서부극을 만들었다.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 이 작품에서 파릇파릇한 청춘이었던 배우들은 이후 스터지스 감독과 '대탈주'를 찍으며 거듭 대형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내용은 '7인의 사무라이'의 틀을 그대로 따라갔다.

주변 못된 마적떼의 괴롭힘을 받은 농촌 사람들이 총잡이들을 고용해 마을을 지키는 줄거리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느 서부극과 다른 근본적 차이가 있다.

단순히 주인공과 악당이 총질을 일삼는 평범한 서부극과 달리 총잡이들이 오히려 지켜달라고 찾아온 농민들에게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의 터전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농부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총잡이들은 삶의 보람과 목적을 찾는다.

그렇기에 한때 농부들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이들은 아낌없이 목숨을 던진다.

 

그만큼 이 작품은 사나이들의 명예와 정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돈을 놓고 벌이는 추악한 싸움이나 복수로 점철된 다른 서부극과 확연하게 선을 그었다.

그 점이 사람들을 이 작품에 열광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물론 이 같은 작품의 메시지보다는 개성있는 외모와 특기를 가진 총잡이들에 열광했다.

중간에 마적떼를 혼내주는 총싸움과 막판 대결에서 악당들을 물리치며 하나씩 총잡이들이 쓰러져가는 장면에서는 통쾌함과 비장함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왠지 남자라면 저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기억 때문인 지 이 작품은 다시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최근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DVD 타이틀과 달리 초반 등장하는 MGM로고를 잘라 먹고 바로 영화 타이틀 화면으로 넘어간다.

 

화질은 입자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DVD에 비하면 월등 좋아졌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다.

DVD에는 제작자와 제임스 코번 등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실렸는데, 블루레이 타이틀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연을 맡은 율 브린너와 스티브 맥퀸. 제작자 루 모하임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본 뒤 판권을 250달러에 구입했다. 이를 친한 배우 앤소니 퀸에게 얘기했고, 퀸은 마침 같이 영화를 찍던 율 브린너에게 '7인의 사무라이'를 보여주고 리메이크화를 제안했다.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브린너는 퀸과 영화 제작을 검토한다. 초반에는 퀸이 주연, 모하임이 제작, 뛰어난 사진가이기도 했던 브린너가 감독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퀸과 브린너 사이에 금이 가며 브린너가 모하임에게서 판권을 사들여 퀸을 빼고 영화를 만들었다.
마적두목으로 나온 배우 일라이 왈라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에서 추한 놈을 맡았다. 브로드웨이 연극배우였던 그는 마적떼로 나온 배우들과 형제처럼 지냈다.&nbsp;
출연진 중 율 브린너는 톱스타였고 나머지는 신인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브린너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든 튀고 싶어 독특한 행동들을 했다. 특히 스티브 맥퀸이 심해서 브린너와 갈등을 빚었다. 맥퀸은 모자를 벗어 흔드는 등 쓸데없는 동작으로 브린너의 신경을 계속 거슬렀다.
율 브린너는 CBS에서 TV시리즈를 몇 편 만들어 감독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다. 늘 검은 옷을 즐겨 입은 그는 촬영장에서 약혼녀 도리스와 결혼했다.&nbsp;
단검 던지기의 명수로 나온 제임스 코번. 그는 스턴트맨들에게 칼던지기를 배웠다. 제작을 겸했던 스터지스 감독은 영화를 찍기 위해 집을 저당잡혀 대출까지 받았으나 한 푼도 벌지 못했다.
훗날 '0011 나폴레옹 솔로'로 유명하게 된 로버트 본. 이 영화는 3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었으나, 율 브린너가 고집을 부려 오프닝을 재촬영하면서 예산을 초과했다.&nbsp;
멕시코 쿠에나바카 외곽에 세트를 지어 촬영. 게리 쿠퍼 주연의 '베라크루즈'에서 멕시코인을 비하한 장면에 분노한 멕시코인들이 의자를 뜯어내 스크린에 집어던지는 등 소동이 일었기 때문에 멕시코 정부에서 촬영장에 감독관을 파견했다. 그 바람에 항상 멕시코인들을 깨끗하게 묘사해야 했다.&nbsp;
그런데도 멕시코 감독관은 멕시코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 총잡이들에게 의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대본을 고치게 했다. 그 바람에 농부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총을 사러 갔다가 총값이 비싸 용병을 구하는 것으로 대본이 바뀌었다.
이 영화는 두 번의 소송에 시달렸다. 스터지스 감독이 단독 제작을 고집하면서 루 모하임이 고소를 했다. 두 사람은 공동제작으로 이름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앤소니 퀸도 제외된 것에 격분해 율 브린너와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나 패소했다.&nbsp;
독일 배우 호르스트 부흐홀즈가 투우사 흉내를 내는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었다. 촬영장에서 즉흥적으로 펼친 그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 스터지스 감독이 집어 넣었다. 스티브 맥퀸은 부흐홀즈가 맡은 역할에 관심을 가졌다.&nbsp;
아이들이 따르는 총잡이로 나온 찰스 브론슨. 원래 각본을 월터 뉴먼이 썼다. 그런데 멕시코 촬영장에서 대본 일부를 고치게 돼 미국에 있던 월터가 올 수 없어 임시로 윌리엄 로버츠를 기용해 고쳤다. 제작진은 두 사람 이름을 공동작가로 올리자 화가 난 월터가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nbsp;
율 브린너를 불편하게 한 스티브 맥퀸은 말을 아주 잘 탔고, 총으로 온갖 재주를 부릴 줄 알았다. 반면 율 브린너는 총을 잘 다루지 못했다.&nbsp;
출연배우 중 일부는 이 영화가 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일본영화가 원작이고, 몽골 출신의 율 브린너가 카우보이로 나오는 등 서부극 구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nbsp;
배급사도 미국에서 1주일만 상영했다. 그러나 유럽서 엄청 흥행하자 미국에서 재개봉했다. 구로사와 감독도 이 작품을 보고 스터지스 감독에게 전화해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다.
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1966년 율 브린너가 나온 2편 '돌아온 7인', 1969년 3편격인 '황야의 7인 2', 1972년 리 반 클리프가 나오는 4편격인 '황야의 7인 3' 등 3편이 더 제작됐다. 나중에 TV시리즈도 등장.
원래 음악을 맡은 작곡가는 '하이눈' '나바론 요새'로 유명한 디미트리 티옴킨이었다. 그러나 스터지스 감독과 의견 충돌로 엘마 번스타인으로 교체됐다. 훗날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로 명성을 떨친 존 윌리엄스는 이 작품의 영화음악 녹음 때 오케스트라 멤버로 참여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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