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록 세상이 살기 좋아지려면 휴일도 늘어야 할텐데 거꾸로 줄어들어 힘들게 하니 안타깝다.
그렇게 '신정 연휴'가 사나흘 이어지다보면 연휴 기간 내내 TV방송에서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때 자주 나온 영화가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년)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줄거리와 구성에서 탁월했다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작은 캐릭터의 승리다.
율 브린너(Yul Brynner),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버트 본(Robert Vaughn), 호르스트 부흐홀즈(Horst Buchholz), 일라이 왈라치(Eli Wallach) 등 우리에게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출연해 개성있는 연기로 원작과 또다른 느낌의 훌륭한 서부극을 만들었다.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 이 작품에서 파릇파릇한 청춘이었던 배우들은 이후 스터지스 감독과 '대탈주'를 찍으며 거듭 대형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내용은 '7인의 사무라이'의 틀을 그대로 따라갔다.
주변 못된 마적떼의 괴롭힘을 받은 농촌 사람들이 총잡이들을 고용해 마을을 지키는 줄거리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느 서부극과 다른 근본적 차이가 있다.
단순히 주인공과 악당이 총질을 일삼는 평범한 서부극과 달리 총잡이들이 오히려 지켜달라고 찾아온 농민들에게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의 터전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농부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총잡이들은 삶의 보람과 목적을 찾는다.
그렇기에 한때 농부들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이들은 아낌없이 목숨을 던진다.
그만큼 이 작품은 사나이들의 명예와 정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돈을 놓고 벌이는 추악한 싸움이나 복수로 점철된 다른 서부극과 확연하게 선을 그었다.
그 점이 사람들을 이 작품에 열광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물론 이 같은 작품의 메시지보다는 개성있는 외모와 특기를 가진 총잡이들에 열광했다.
중간에 마적떼를 혼내주는 총싸움과 막판 대결에서 악당들을 물리치며 하나씩 총잡이들이 쓰러져가는 장면에서는 통쾌함과 비장함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왠지 남자라면 저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기억 때문인 지 이 작품은 다시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최근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DVD 타이틀과 달리 초반 등장하는 MGM로고를 잘라 먹고 바로 영화 타이틀 화면으로 넘어간다.
화질은 입자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DVD에 비하면 월등 좋아졌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다.
DVD에는 제작자와 제임스 코번 등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실렸는데, 블루레이 타이틀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