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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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울프팩 2007. 1. 11. 23:26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은 다면성을 지닌 작품이다.
한강에 괴물이 산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공상과학(SF)물이며 재난 영화다.

그렇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가족영화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끌어가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에게 어린 소녀를 납치당한 가족들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가족에 대한 철썩같은 믿음과 사랑 뿐인 평범한 소시민인 이들은 군대도, 경찰도, 심지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 미국도 못해내는 일에 몸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국가도 해내지 못한 일을 가장 힘없는 소시민이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메타포다.

어찌보면 정치 권력과 제도에 대한 항거처럼 보인다.
특히 주한 미군의 독극물 한강 방류, 고엽제를 연상케하는 에이전트 옐로 살포, 1980년대 반미시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 등은 언뜻보면 반미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은 봉 감독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중의적인 메시지는 존 카펜터 감독이 1982년에 만든 미국영화 '괴물'(The Thing)과 많이 닮았다.

전염병처럼 인간을 복제해 퍼져나가던 우주 괴물의 이야기는 50년대 미국 사회를 뒤흔든 매카시즘에 대한 두려움과 위정자들 때문에 야기된 정치적 불신을 담고 있다.
비록 완성도나 작품성에서는 봉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에 못미쳤지만 다면성과 정치적 메타포 등 실험적인 시도를 높이 살 만한 작품이다.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는 보다 지칠 만큼 알찬 내용물이 빼곡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우리 영화치고 화질이 우수하다.

샤프니스는 그다지 높지 않고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필름의 질감을 잘 살렸고 탈색된 듯한 색감도 좋다.
DTS-ES를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저음이 웅장하며 박력있고 리어 스피커의 활용도도 높다.
부록 가운데 봉 감독의 단독해설과 제작진 해설이 들을 만 하며 괴물 탄생 제작과정, 괴물의 행동에 대한 봉 감독의 설명을 담은 '괴물은 왜 그랬을까', 봉 감독의 단편 'Sink&Rise' 등이 재미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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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버린 독극물 때문에 돌연변이로 괴물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2000년 7월 보도된 맥팔랜드 사건을 토대로 했다. 당시 맥팔랜드로 알려진 주한 미군은 용산기지에서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를 무려 480병이나 하수구에 버려 한강으로 흘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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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을 방류하는 미군으로 나온 인물은 1960~70년대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스콧 윌슨. 'C.S.I' 등에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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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중년 사내의 자살은 의미가 있다. 하필 괴물에게로 떨어져 괴물이 인육을 즐기게 된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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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반지의 제왕'을 작업한 뉴질랜드 웨타 디지털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후 실사 촬영 필름과 합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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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목소리는 배우 오달수가 연기. 술자리에서 봉 감독의 느닷없는 제의로 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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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출연했지만 괴물녀로 인기를 끈 한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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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이 2.35 대신 1.85 화면비를 선택한 이유는 한강이 넓이감보다는 깊이감을 지닌 수직적 공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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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한강에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은 어둡고 음침하며 거대한 공간들은 모두 실제로 한강 주변에 존재하는 하수처리 시설들이다. 하수구 장면은 모두 현지 로케이션 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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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제같은 장면. 온가족이 함께 등장하는 유일한 장면인 이 부분은 영화의 주제인 한 핏줄이 함께 하는, 동포애이자 가족애를 담고 있어서 봉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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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디자인은 장희철이 했으며, CG제작은 웨타 스튜디오, 애니메트릭스 등 특수효과는 오포너지사에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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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약자가 약자를 보살피는,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는 약자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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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선수로 나오는 배두나는 양궁훈련을 통해 초반 시합장면에서 실제로 골드를 여러번 기록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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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 시술장비는 실제 장비를 고가로 임대해 촬영. 제작진에 따르면 이 장비는 마취를 하지 않고도 뇌세포 채취가 가능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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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잡는 에이전트 옐로는 머드팩의 재료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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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의 괴물을 향한 화염병 투척은 80년대 민주화시위를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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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불에 타는 장면의 불꽃 CG는 어색한 티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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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화면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장면. 충분한 여백을 통해 공간의 확장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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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지미 집, 플라잉캠을 이용한 버드 아이 뷰 등 다양한 앵글이 돋보인다. 아울러 이야기를 탄탄하게 조여 긴장감을 높이는 봉 감독의 연출력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