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더 브레이브

울프팩 2011. 2. 26. 23:40
복수는 서부극의 영원한 테마다.
흑백 영화시절부터 서부극의 총잡이들은 복수를 위해 황야를 떠돌았다.

코엔 형제가 만든 '더 브레이브'도 마찬가지.
뜻밖에 서부극을 들고 나타난 그들은 아버지를 죽인 악당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어린 소녀와 그를 돕는 늙은 보안관을 앞세워 또다시 복수로 얼룩진 서부극의 향수를 이야기한다.

원작은 1969년에 존 웨인이 주연한 '진정한 용기'다.
헨리 하서웨이가 감독하고 글렌 캠벨, 데니스 호퍼, 로버트 듀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으로 존 웨인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녀와 늙은 보안관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1950년대 고전 '셰인'을 연상케 한다.
즉, 스파게티 웨스턴처럼 사방 팔방 총을 난사해 수 많은 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한 순간을 위해 집요한 기다림을 요구하는 미국식 정통 서부극이다.

특히 팔팔한 젊은이보다 나이 지긋한 노인의 연륜이 배어나는 활약이 무게를 더 하는 것은 코엔 형제의 전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궤를 같이 한다.
전작부터 이어진 과거를 돌아보고, 얼굴에 주름 진 세대를 보면서 향수를 느끼고 피곤한 현실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이번에 서부극으로 귀결됐으리라.

하지만 복수를 테마로 한 서부극의 결말을 우리는 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결말로 이어지는 여정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곧 서부극의 성공 요소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부극이라면 악당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거나 총격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줘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전작들에서 보여준 허를 찌르는 반전 속에 빛나는 코엔 형제 특유의 냉소적인 블랙 유머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벌판에서 목청껏 "셰인"을 외치는 소년 대신, 허허로운 묘비를 지키는 여인의 향수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이 곧 서부극 속에 남긴 코엔 형제의 향수다.
문제는 향수만 있고 원작만큼 무게감을 주거나 별다른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맷 데이먼과 제프 브리지스,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출연했다.
촬영은 로저 디킨스가 담당.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백  (6) 2011.04.06
블랙 스완  (2) 2011.03.21
째째한 로맨스  (1) 2010.12.30
황해  (6) 2010.12.27
투어리스트  (4) 201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