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군산 2

시동(블루레이)

최정열 감독의 '시동'(2019년)은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2014년 연재가 시작된 조금산의 동명 웹툰은 평점 9.8을 기록한 인기 만화였다. 감독은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려 영화로 만들었다. 내용은 공부에 뜻이 없는 주인공 택일(박정민)이 엄마(염정아)와 다투고 집을 나가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겪는 일들을 다룬 일종의 성장담이다. 택일은 중국집에서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 조금씩 철이 들며 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인간 군상이다. 그중에 압권은 거대한 덩치와 험상궂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트와이스의 춤을 추는 주방장 거석(마동석)이다. 마동석은 주먹 한 방으로 사람을 날려 보내는 괴력을 발휘하면서도 깐죽거리는 유머와 수수께끼에 쌓인 과거로 흥..

소중한 날의 꿈 (블루레이)

무려 11년. 안해준,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년)은 제작에 11년이 걸렸다. 일일이 이 땅 구석구석을 발로 찾아 다니며 하나 하나 사모은 소품을 꼼꼼히 작품 속에서 표현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그만큼 정겨운 손그림으로 살린 이 작품의 디테일은 발군이다. 박치기왕 김일이 활약하던 프로레슬링 시절의 네 발 달린 흑백TV, 가게 천장에 매달려 있던 파리 끈끈이, 그리고 신작로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던 삼륜차처럼 1970년대 시대상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어찌나 사실적으로 묘사됐는 지 보는 내내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꼼꼼하게 재현한 디테일의 승리다. 비단 소품과 풍경만 그런게 아니다. 작품 곳곳에 임희춘 배철수 차범근 차인태 손석희 임권택 정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