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연서 2

여고괴담5 동반자살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종용 감독의 '여고괴담 5 동반자살'(2009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부침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공포물이 공포스럽지 않다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내용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기로 우정 어린 맹세를 한 여고생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같은 맹세를 한 여고생 중에 한 명이 자살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얘기다. 영화는 도대체 죽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캐내는 미스터리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뜻밖에 사건들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리즈 전반에 깔리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여고생들..

소중한 날의 꿈 (블루레이)

무려 11년. 안해준,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년)은 제작에 11년이 걸렸다. 일일이 이 땅 구석구석을 발로 찾아 다니며 하나 하나 사모은 소품을 꼼꼼히 작품 속에서 표현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그만큼 정겨운 손그림으로 살린 이 작품의 디테일은 발군이다. 박치기왕 김일이 활약하던 프로레슬링 시절의 네 발 달린 흑백TV, 가게 천장에 매달려 있던 파리 끈끈이, 그리고 신작로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던 삼륜차처럼 1970년대 시대상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어찌나 사실적으로 묘사됐는 지 보는 내내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꼼꼼하게 재현한 디테일의 승리다. 비단 소품과 풍경만 그런게 아니다. 작품 곳곳에 임희춘 배철수 차범근 차인태 손석희 임권택 정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