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요코하마 2

미래의 미라이(블루레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未来のミライ, 2018년)는 첫 장면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감 샷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이 마치 항공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세밀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수채화처럼 아련한 느낌을 주는 색감의 그림들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이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사실적으로 그린 배경과 달리 둥글둥글하고 간략하게 선처리를 한 전형적인 만화풍 그림체다. 이 점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등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사실적인 풍경 속에서 움직이는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내용은 4세 소년이 갓난아기인 여동생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 부모의 관심이 온통 아기에 집중되면서 철부지..

세 번째 살인(블루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三度目の殺人, 2017년)은 특이한 영화다. 고용주를 죽여 체포된 중년의 공장 노동자 미스미(야쿠쇼 코지)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변호사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바꾸며 사건을 오리무중에 빠트린다. 마치 일부러 죽으려고 작정한 것처럼 미스미는 유리한 증거나 증언이 나오면 이를 뒤집는다. 심지어 살해된 사장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가 결정적인 증언을 하겠다며 나서지만 미스미는 이 조차도 거부한다. 이쯤 되면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헷갈린다. 도대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영화 속에 진실은 없고 팩트, 즉 사실만 있다. 팩트는 미스미가 사장을 죽였다는 것. 사실은 현상을 보여줄 뿐이다. 현상 뒤에 숨은 의미를 알려면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