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년)은 미국판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다. 살인의 추억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이야기를 추가해 만들었다면,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사실에 집착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겁다. 다만 두 작품 모두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에 대한 추측으로 영웅시하거나 극적 과장을 하지 않는 대신 희생자와 추적자들에게 집중해 범죄의 심각성과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범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희생자뿐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