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이 그린 배트맨 시리즈만 놓고 보면 조커는 배트맨의 원죄 같은 숙적이다. 조커가 아니었다면 배트맨의 부모는 죽지 않았을 것이고 배트맨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커의 기원은 곧 배트맨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팀 버튼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등 숱한 작품들이 조커의 등장을 그렸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Joker, 2019년)는 결을 달리 한다. 우선 초점을 배트맨이 아닌 악당 조커에 맞췄다. 그것도 단순 사건 위주의 피상적 전개가 아니라 어떻게 조커가 등장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리적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배트맨과 조커의 한바탕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예 박쥐 마스크와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배트맨이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