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헨델 3

배리 린든(블루레이)

흔히들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를 말할 때 그림 같은 영상이라고 표현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년)이 그런 영화다. 모든 장면이 마치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 걸린 18세기 유화를 보는 것처럼 은은한 빛 속에 색깔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압권은 촛불 조명 장면.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실내 야경을 전기가 아닌 촛불 조명만으로 촬영했다. 촛불은 전기 조명에 비해 조도가 워낙 낮아 일반 렌즈로는 영화를 찍을 수 없다. 그래서 큐브릭 감독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천체 관측에 사용하는 특수 렌즈를 개조해 카메라에 장착한 뒤 아름답고 독특한 그림을 뽑아냈다. 촛불 조명으로 찍은 실내 장면은 마치 로모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은은하면서 따뜻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안티크라이스트(블루레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 크라이스트'(Antichrist, 2009년)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9년 칸영화제 기자회견이다. 당시 영화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던진 질문이 화제였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해명하시오." "해명? 해명을 하라고?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 본 그대로 느끼면 된다.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난 그럴 수 없다." 기자도 만만찮았지만 그의 당돌한 질문에 화가 난 트리에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다. 나보다 더 뛰어난 감독은 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것을 창조한 하나님은 나보다 위대하다." 급기야 트리에 감독이 스스로를 가리켜 '하늘 아래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고 천명하게 만든..

파리넬리 무삭제 감독판 (블루레이)

영화 '파리넬리'(Farinelli The Castrato, 1994년) 덕분에 유명해진 노래가 있다. 바로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나오는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이다. 파리넬리가 여성 이상의 높은 고음으로 섬세하게 부르는 이 노래는 더 할 수 없이 아름답다. 그 바람에 고음 꽤나 낸다는 고유진, 조관우 등의 가수들이 이 노래를 곧잘 따라 불렀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18세기에 맹활약했던 실존 인물인 파리넬리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다. 본명이 카를로 마리아 브로스키였던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 즉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세당한 남자 가수였다. 당시 이탈리아 교황 클레멘스9세는 "모든 교회에서 여자들은 침묵해야 한다"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에 따라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