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여정 2

후궁 제왕의 첩(블루레이)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2012년)은 내용보다 야한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이 연기한 후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정사 장면이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떤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생이별한 뒤 내시가 된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절대 권력자인 왕과 그 뒤에서 배후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비 등이 얽히면서 치정극과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 맥락은 1968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내시'와 많이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명종과 뒤에서 수렴청정한 대비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사극이다. 내..

방자전 (블루레이)

'음란서생' '방자전'으로 이어지는 김대우 감독 작품의 묘미는 기발한 비틀기에 있다. 점잖은 양반들을 음란 소설 작가로 둔갑시킨 '음란서생'에 이어 '방자전'(2010년)에서는 진정한 로맨스의 주인공을 하인인 방자로 바꿔 놓았다. 헛웃음 나올 법한 황당한 설정이지만 그럴 법 하다는 개연성을 부여한 것은 탄탄한 구성이다. 양반이나 하인이나 똑같은 사람인데 어찌 미인을 보고 느끼는 사랑이 다를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이도령과 방자, 춘향과 향단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고도의 심리 로맨스가 돼버렸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은 김대우 감독의 비틀기다. 이도령은 유희 같은 사랑과 출세를 위해 여인을 이용하는 양반으로, 춘향 역시 팔자를 고쳐보기 위해 남자를 노리는 여인네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