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작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는 즐거움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미술학도였던 그는 각 장면을 하나의 그림 액자처럼 꾸며낸다. 아닌게 아니라, 자신을 가리켜 "영화로 일하는 화가"라고 지칭했을 만큼 그리너웨이 감독은 영상미에 집착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줄거리를 떠나 프레임 하나 하나가 한 폭의 그림같다. 하지만 그가 영상으로 그린 그림은 비단 아름다운 그림만 있는 게 아니다. 미와 추, 삶과 죽음 등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영상을 통해 그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세상의 모습을 비춘다. 피터 그리너웨어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피터 그리너웨이의 동물원'(A Zed & Two Noughts, 1985년)이라는 희한한 제목이 붙은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백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