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용한 가족'(1998년)은 잔혹코믹극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의 작가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잔혹코믹극이란 무섭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 가져오는 부분 때문에 역설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를 움켜잡아 한 숨 돌렸는데 우지직 하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킬러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건이 벌어지는 식이다. 그만큼 김 감독은 상충되는 웃음과 공포의 순간을 병치하는 영리한 구성으로 반전을 꾀하며 기발한 재미를 줬다. 어찌보면 이는 곧 예상하지 못했던 트릭이기도 하지만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장난같은 속임수다. 이런 트릭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잘 꿰어맞춘 이야기의 연결성 덕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