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1980년 5월은 참으로 평온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광주 민주항쟁을 알지 못했다. 남녘땅 광주에서 숱한 목숨이 죽어갔지만 군사정권의 철저한 보도관제로 TV 뉴스나 신문에서는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그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잘 나오면 아무 문제없는 줄 알았다. 훗날 작가 황석영이 편찬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대학 총학생회에서 보여준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끔찍했던 실상을 알게 됐다. 책과 영상을 통해 본 진실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잔혹했기에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아마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년)가 그런 모양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대학 시절 광주 민주항쟁의 기록 영상이나 책을 본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