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블루레이)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면 내용이 좀 떨어져도 보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2004년)가 대표적 경우다.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 연합군과 여기 맞서는 유니온 등 두 개로 갈라진 세력이 대치하는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유니온 지배하에서 살아가는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 등 세 청소년은 홋카이도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탑에 도달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두 소년은 비행기를 만들지만 어느 날 사유리가 사라지면서 두 소년마저 뿔뿔이 흩어진다.

사유리가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된 두 소년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포기했던 비행기를 다시 가동해 탑을 향해 날아간다.
두 소년과 한 소녀가 나누는 우정과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비현실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마코토 감독의 전작 '별의 목소리'보다 그림이 더 정교해졌다.
특히 수채화 같은 서정적 배경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련해진다.

그러면서 마코토 감독의 특징인 빛과 물, 그림자를 활용하는 솜씨는 한층 발전했다.
새어드는 빛과 그림자가 대조를 이루면서 명암대비 효과를 극명하게 살린 그림이 일품이다.

마치 시잔처럼 사실적 묘사가 뛰어난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그림에 반해서 보게 되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다 색상이 찬란하게 빛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이 아니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배경 그림은 마코토 감독이 총괄하고 '냉정과 열정사이'의 미술을 담당한 탄지 타쿠미가 많은 부분을 그렸다.

이 작품은 마코토 감독이 처음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원래 50분 분량의 OVA로 기획했다가 90분 분량의 장편으로 늘렸다.

극 중 유니온이라는 세력이 홋카이도를 점령해 에조라는 이름으로 통치한다는 설정이다.

붉은 노을이 비낀 강물을 바라보며 세 명의 청소년이 앉아있는 장면은 아주 서정적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총 작화감독을 맡은 타자와 우시로가 담당했다.

동양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풍경. 이 작품은 소설로도 출간됐다. 소설은 극장판 엔딩 이후 세계를 다루고 있다. 사유리와 히로키가 3년간 동거하는 이야기가 소설에 나온다.

이 작품은 빛을 아주 잘 다뤘다. 특히 역광 묘사가 기가 막히다. 실제 빛을 촬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전체 색상을 역광에 맞춰 조율한 점이 특징.

배경과 동화를 '별의 목소리'처럼 셀을 층층이 겹쳐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대신 동일성 유지를 위해 컴퓨터그래픽용 소프트웨어의 붓 패턴을 작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것을 사용했다.

실감나는 세부 묘사를 위해 실제 풍경을 사진으로 촬영해 그렸다. 역사와 전철 내부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두 소년이 만든 비행정 벨로실러가 하늘을 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구름은 모양 별로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다가 여러 장면에 다양하게 사용했다. 벨로실러는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음악은 '별의 목소리'를 작업한 텐몬이 맡았다. 파워맥 G5를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