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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콩: 스컬 아일랜드(블루레이)

울프팩 2023. 1. 21. 17:41

조던 보트로버츠(Jordan Vogt-Roberts) 감독의 '콩: 스컬 아일랜드'(Kong: Skull Island, 2017)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킹콩을 다룬 영화다.

그렇지만 1933년 원작과 1976년 존 길러민 감독과 2005년 피터 잭슨 감독의 리메이크작이 킹콩과 인간의 갈등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거대 괴수들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내용은 1970년대 우연히 발견된 미지의 해골섬에 군인과 학자들로 구성된 탐험대가 파견돼 거대 고릴라인 콩과 괴수들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탐험대는 콩뿐만 아니라 괴수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피 튀기는 사투를 벌인다.

 

따라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괴물영화로 봐야 한다.

괴물영화인 만큼 당연히 주인공은 사람보다 거대 괴수들이다.

 

무엇보다 킹콩이 원작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졌다.

원작에서 8m 남짓했던 킹콩은 30m를 넘는 건물만 한 덩치에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걸으며 헬기를 격추할 만큼 무시무시한 힘을 과시한다.

 

더불어 물소와 거미, 하늘을 나는 익룡과 문어, 도마뱀 닮은 괴물들도 킹콩 못지않은 덩치로 박력 넘치는 싸움을 벌인다.

그만큼 디지털 시각효과에 의존한 괴수들의 화끈한 대결이 긴장감 넘치며 볼 만하다.

 

다만 괴수들의 싸움이 전부일뿐 이야기 구성은 단선적이고 빈약하다.

그래서 더더욱 시각효과에 의존한 측면이 강하다.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새뮤얼 잭슨(Samuel L. Jackson), 존 굿맨(John Goodman) 등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 것에 비해 너무 볼거리에 치우쳤다.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는 일본 거대 괴수 고질라를 등장시켜 괴수들의 유니버스인 몬스터버스를 구상하기 위한 전초전 성격으로 이 작품을 내놓았다.

 

따라서 주인공으로서 콩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에 방점을 둔 작품이다.

텐센트 등 중국 자본이 투자되면서 중국 여배우 징톈(景甛)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도 중국 완다그룹이 인수한 회사여서 사실상 중국이 만든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1970년대 분위기를 나타내려고 황갈색과 녹색을 강조해 필터링한 색상이 잘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각종 효과음이 리어 채널을 가득 채운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로케이션, 톰 히들스턴의 촬영 여정, 브리 라슨이 찍은 사진, 해골섬 관련 영상과 삭제 장면, 감독의 음성 해설이 들어 있다.

 

음성 해설을 제외한 부록들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부록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보트로버츠 감독은 원작의 미녀와 야수 구도보다 1970년대 리메이크작 분위기를 살리려고 배경을 1970년대로 설정했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알리듯 중국 여배우 징톈이 생물학자 역할로 등장.
보트로버츠 감독은 킹콩을 30m가 넘는 거대 괴수로 키우며 "인간과 자연이 아닌 인간과 신의 대결을 다뤘다"고 주장했다.
헬기가 음악을 크게 틀고 해골섬을 누비는 장면은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오마주했다.
ILM에서 개발한 시네뷰 장비를 이용해 초라영. 아이패드에 시네뷰 소프트웨어를 띄워 카메라 옆에 놓으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콩이 실제 공간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다.
새뮤얼 잭슨이 연기한 패커드 중령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로버트 듀발이 연기한 킬고어 중령을 흉내냈다.
야외 풍경은 하와이, 호주, 베트남에서 찍었다.
주요 장면은 베트남 중부 퀸빈의 탄호아에서 촬영.
콩이 격투 끝에 거대 문어를 뜯어먹는 장면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산낙지를 먹는 장면을 오마주했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보트로버츠 감독은 내한 기자회견 때 "한국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브리 라슨이 들고 나온 카메라는 라이카의 M3. 여기에 35mm 주마론 렌즈와 외부 부착식 뷰파인더와 노출계 MR미터를 붙였다.
배우의 동작을 컴퓨터로 캡처한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덧입히는 모션 캡쳐 방식을 이용해 콩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콩은 뼈대 위에 근육을 붙이고 피부층을 입힌 뒤 털을 심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따라서 컴퓨터에서 뼈와 근육을 움직이면 피부와 털이 자연스럽게 여기 맞춰 움직인다.
부서진 폭격기 잔해로 만든 배를 타고 정글 깊숙이 들어가는 장면은 베트남 난빈에서 촬영.
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주인공 이름 콘래드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소설 '어둠의 심연'을 쓴 작가 조셉 콘래드 이름에서 따왔다.
도마뱀을 닮은 강력한 괴수 스컬 크롤러는 24m 높이의 60m 길이로 설정됐다.
보트로버츠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사키엘을 참고해 스컬 크롤러를 디자인했다.
역대 킹콩에서 여성의 역할이 수동적이었다면 이 작품에서 브리 라슨이 연기한 사진기자 위버는 여전사에 가깝다.
2명의 컴퓨터그래픽 담당자가 1년간 1,900만 개의 털을 콩의 피부에 심는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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