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처음 만난것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였다.
지금 알고보니 1933년 원작을 76년에 존 길러민이 감독하고 제프 브리지스와 제시카 랭이 출연한 리메이크작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마취액을 가득채운 거대한 함정에 킹콩을 유인해 사로잡은 다음 유조선에 태워서 뉴욕까지 데려가는 장면이었다.
유조선 벽을 킹콩이 후려치니 위에서 내려다보던 제시카 랭이 탱크 안으로 뚝 떨어지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리고 원작과 달리 킹콩은 지금은 테러로 사라진 국제무역센터에 기어올라 현대판 헬기랑 싸우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
원작처럼 공룡은 등장하지 않았다.
피터 잭슨 감독만큼 깊은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때 장면들이 기억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피터 잭슨의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물경 3시간이 넘는 '킹콩'(King Kong, 2005년)은 늘어지는 초반부를 참고 견디면 중반부터는 70년대 작품 못지않게 재미있다.
'주라기 공원'을 연상케 하는 공룡들과 '스타쉽 트루퍼스'에 등장하는 벌레떼같은 기괴한 생명체들, 킹콩의 화려한 액션, 나오미 왓츠와 펼치는 안타까운 로맨스 등 원작의 줄거리에 충실하면서도 볼거리가 대폭 늘어났다.
다만 초반부가 너무 늘어진다는게 흠이다.
킹콩을 만나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쳤다는 느낌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색감도 좋고 샤프니스도 뛰어나다.
특히 프로젝터를 이용하면 커다란 화면에서 펼쳐지는 킹콩의 위용을 깨끗한 화질로 극장처럼 만끽할 수 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블록버스터 답게 뛰어나다.
방향감과 소리 이동성도 좋고, 킹콩이 포효할 때 울리는 저음도 묵직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3시간이 넘는 부록이 들어있다.
제작과정을 순서대로 구성한 부록과 1930년대 뉴욕을 재현하는 과정, 해골섬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부록 등으로 재미있게 구성했다.
<파워 DVD 캡처 샷>
케이트 윈슬렛도 여주인공 역으로 물망에 올랐다. 1936년 원작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한 페이 레이도 마지막 장면에 카메오로 나와 잭 블랙의 대사인 "미녀가 야수를 죽였다"는 말을 할 예정이었으나 2004년 사망해 무산됐다.
킹콩의 원작은 메리안 쿠퍼와 에드거 왈라스 공동감독이 만들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시대 배경을 1930년대 대공황 끝무렵으로 설정한 이유는 복엽기를 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킹콩이 올라선 부분은 당시 비행정 정박용으로 만든 일종의 정류장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기총 사수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다. 조종사로 나온 릭 베이커는 76년 리메이크작에서 특수 분장을 하고 킹콩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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