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 가운데 처음보고 홀딱 반해버린 작품이 바로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1992년)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년이 파도타기에 빠져들면서 벌어지는 잔잔하면서도 애틋한 일화를 다룬 이 작품은 서정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이 한 편의 시화처럼 어우러졌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작품 가운데 그가 출연하지 않으며 깡패와 폭력 장면이 전혀 없는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일상 속의 소소한 유머와 허무주의는 변함이 없다.
생의 목표와 사랑을 바다가 집어삼켜도 세상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치 스크린 뒤에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특유의 냉소를 띄고 바라보는 듯 하다.
이번에 11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출시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DVD에 포함된 이 작품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지글거리는 현상이 보이고 색이 약간 바랜것처럼 보이는 등 떨어지는 편이다.
미세한 잡티와 스크래치, 링잉 현상도 나타난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파워 DVD 캡처 샷>
잔잔한 바다, 그 앞에 망가진 채 버려진 서핑보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청년과 그의 연인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한다. 그 바람에 영화는 대사를 최대한 억제해 더 할 수 없이 간결하다.
일순간 우리 나라가 아닌가 착각을 한 버스 내부. 우리네 버스와 너무 흡사하다.
웃음을 자아내는 단순하면서도 맹목적인 마을 청년들은 영화의 양념같은 존재들이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대회에까지 나가는 주인공. 그가 왜 그리 서핑에 미쳤는 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사가 거의 없는 롱 테이크와 장면 전환이 많지 않아서 자칫하면 영화가 단순하고 늘어져 보일 수도 있다.
이를 메꿔준 것이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선율이다. 평온하면서도 서늘한 영상과 잘 어울리는 음악은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머리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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