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비밥'은 참 묘한 작품이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며 적당히 폭력적이고, 적당히 나른하다.
마치 명랑만화와 액션만화, 여기에 록비트 음악이 섞인 꼴이다.
어찌보면 느와르같고, 어찌보면 '블레이드 런너'처럼 세기말의 허무함을 담은 SF같은 이 작품은 사실 이 모든 장르의 매력만 따서 모은 퓨전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TV시리즈를 봤을 때에는 '루팡 3세'를 연상케 하는 쿨한 그림에 빠졌고, 두 번째 DVD로 다시 봤을 때에는 칸노 요코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다양한 음악에 반했고, 세 번째 봤을 때는 내용에 빨려들었다.
그만큼 여러 번 되풀이해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만든 극장판 장편인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또한 기대가 컸다.
여전히 훌륭한 그림과 칸노 요코의 음악은 기대를 충족시켰으나 내용은 좀 지루했다.
우주의 현상수배범을 쫓는 스파이크와 제트, 페이 일행은 희대의 테러리스트와 일대 결전을 벌인다는 내용인데, 여기에 난데없이 장자의 호접몽을 접목시키면서 어줍잖은 철학영화가 돼버렸다.
아마도 감독은 '블레이드 런너'나 '공각기동대'를 흉내내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쿨한 그림과 다이나믹한 칸노 요코의 음악이 있어 즐거운 작품이다.
화질과 음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슈퍼비트판 DVD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그러나 솔직히 피부로 느낄만큼 화질이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DTS를 지원하는 우리말 더빙이 포함된 음향은 훌륭하다.
어지간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서라운드 효과로 박력넘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파워 DVD 캡처 샷>
주인공 스파이크 리. 이 사내, 은근히 매력적이다.
이번 작품은 광원 효과가 눈에 띈다.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활용한 영상은 마치 실사영화같은 아련한 느낌을 준다. 앵글 또한 자유롭고 다양하다.
스파이크 리의 소형 우주선.
우주선 추격 장면은 영화 '스타워즈'의 죽음의 별 공중전을 연상케 한다.
스파이크 리의 액션은 바로 이소룡의 절권도다. 알리처럼 끊임없이 발과 손을 놀리며 전광석화같이 뻗는 발차기와 뿌리듯 휘두르는 주먹은 영락없는 이소룡이다.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건지, 내가 나비 꿈을 꾸는 건지 모르겠다"는 장자의 호접몽을 끌어붙인 결말은 아름다운 영상과 달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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