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2003년)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전통적인 검객이 등장하는 무협 영화에 슬랩스틱 코미디와 신명나는 탭댄스가 곁들여졌다.
거기에 맹인 검객 자토이치는 짧게 깎은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였다.
장르에 설정까지 모두 뒤섞인 이 영화를 굳이 표현하자면 퓨전 영화로 부를 수 있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맹인 검객이 마을의 악당들을 일소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는 시대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워낙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들이 독특해서 이런 스타일 또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이 작품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과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전광석화같은 칼싸움에 양념처럼 끼어든 코미디, 막판 탭댄스가 서로 조화를 이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윤곽선이 두꺼워 선명한 느낌이 덜하며 일본 DVD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뿌연 화면 또한 그대로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저음 또한 웅장하고 묵직하다.
특히 막판 탭댄스 장면이 들을 만 하다.
<파워 DVD 캡처 샷>
기타노 다케시는 처음 이 영화의 감독, 주연을 제의받고 1년 전부터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다녔다. 사람들의 눈에 익게 만들어 자토이치의 금발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야쿠자는 이 장면에 나오는 주사위 노름을 즐기는 에도시대 도박꾼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사위게임에서 낮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을 부르는 말이란다.
기타노 다케시는 자토이치의 독특한 설정 뿐만 아니라 검술 스타일까지 창조했다. 칼을 거꾸로 쥐는 자세도 다케시가 만들었다.
빗 속의 결투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에 대한 오마주다.
현대 액션물처럼 잦은 컷분할과 빠른 장면 전환은 시대극이라는 느낌이 안들게 만든다.
다케시는 작품 속에서 서로 칼날을 맞댄채 버티는 비현실적인 검술대신 전광석화처럼 칼을 휘두르는 실전 검술을 채택했다.
만화시리즈가 원작인 자토이치는 원래 카츠 신타로라는 배우가 1960~80년대에 무려 26편에 출연하며 때가 묻어 검게 변한 맹인용 흰 지팡이 칼과 꾀죄죄한 복장 등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다케시는 원작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칼에 맞았을 때 과도하게 뿜어져 나오는 피 등을 CG로 처리했다.
다소 엉뚱하기도 한 탭댄스 군무는 더 스트라이프라는 전문 공연팀이 연출했다. 황당하기도 하지만 신명나는 장면이다. 다케시 감독의 재치가 엿보이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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