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음란서생'(2006년)은 참으로 재치있는 작품이다.
야설, 동영상, 댓글 등 현대적인 요소들을 사극에 절묘하게 대입한 솜씨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김탁환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정교하게 구성한 드라마가 돋보인다.
또 감칠맛나는 대사도 매력적이다.
꽤나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사들을 보면 김 감독은 소설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사대부 집안의 관리가 우연히 음란소설을 접하면서 졸지에 야설 작가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 관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왕의 여인인 후궁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어찌보면 감독은 음란이라는 주제를 통해 금기시된 모든 것들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기도 하다.
과거나 지금이나 버젓이 드러낼 수 없는 음란한 소재들을 통해 보다 솔직하게 인간의 속내를 얘기해보자는게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잡티는 안보이지만 윤곽선이 두터운 편이다.
선명한 화질을 위해 샤프니스가 좀 더 높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암부디테일도 약간 부족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그런대로 들을 만 하다.
문제는 삭제장면, 제작과정, 인터뷰 등 부록에 들어있는 사운드다.
배경 음악과 영화대사 음량이 지나치게 커서 곧잘 인터뷰 목소리가 묻혀서 잘 안들린다.
<파워 DVD 캡처샷>
사헌부 정랑 김윤서(한석규)와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이 야설작가로 손을 잡는다. 윤서는 글을 쓰고 광헌은 야한 그림을 그려 넣는다.
말로만 듣던 쇠좆매가 이렇게 생겼다. 문헌을 보면 소의 생식기를 추려내 말린 이 도구에 납을 매달아 채찍처럼 형구로 사용했다고 나온다. 여기서는 속을 채워 몽둥이처럼 사용한다.
야설을 읽고 여인네들이 감상평을 붙인 댓글 화면의 배경은 CG다. 이외 김민정에게 날아든 벌도 CG로 처리했다.
윤서는 후궁과의 사랑 등 가슴 속 음욕을 소설화해서 인기를 끈다.
야설 공장 풍경. 작가가 원본을 넘기면 글쟁이가 필사를 하고 환쟁이는 삽화를 베낀다. 이를 받아 배급업자(오달수)가 책을 푼다. 윤서가 얘기하는 성행위 묘사를 CG로 처리한 화면도 재치있다. 아역배우 출신인 김민정이 이 작품에서 꽤나 고혹적으로 나온다.
언제나 그렇듯 여인의 분노와 질투는 무섭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 일보 직전으로 몰고 간다. 이 장면에서 창가로 스며드는 빛은 극적 효과를 돋보이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의상, 조명이 훌륭하다.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막아선 자들이 내시라는 광헌의 말을 듣고 오달수가 한마디 한다. "불알없는 놈들? 이놈의 새끼들, 거 일찍 들어가서 뒷물이나 하고자지, 왜 남의 뒤를 따라다녀!"
사랑이 남자를 죽음으로 내몬 순간.
벌처럼 찾아든 사랑에 여심이 흔들리고 많은 남자들이 농락당한다.
분노와 질투를 느낀 왕이 윤서를 죽이려 하자 후궁이 막아선다. 그때 흘러나오는 윤서의 대사는 참으로 문학적이다. "사랑이라 말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데 어찌 사랑이라 말하겠나이까. 다만 이 가슴에 담아 저승에서 만나 뵈올 뿐이옵니다." 차라리 사랑을 품고 죽을 지언정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사랑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다는 순애보다.
어려서 이 짓을 많이 해봤다. 교과서 한귀퉁이에 연속되는 그림을 그려넣고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초보 소준의 애니메이션이다. 윤서가 동양화를 이용해 선보이는 그림을 동영상이라 부르는 이 장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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