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솔 감독의 '싸움의 기술'(2006년)은 배우 백윤식의 만만치 않은 연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독서실에 은둔중인 싸움의 고수 오판수 역을 맡아 특유의 가라앉는 음성과 묵직한 연기로 독특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슬며시 배어나오는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는 학교에서 불량배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고등학생이 싸움의 고수를 만나 실전 기술을 배우면서 불량배들을 물리친다는 다소 무협지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얼핏 보면 요란한 액션활극 같지만 실제로 액션은 많이 나오지 않고 나약한 학생이 강해지기까지 겪게되는 갈등과 공포 등 심리 묘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당연히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늘어질 수 밖에 없는 점이 영화의 약점이다.
반면 영화를 느긋하게 즐길 자세가 되었다면 '하이눈' 등 예전 미국 고전 서부극처럼 긴 호흡의 대사와 클로즈업이 전달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매력으로 만끽할 수 있다.
그만큼 주연을 맡은 백윤식과 재희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
오락영화로서 무릎을 치며 즐거워 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을 안고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의외로 화질이 좋다.
잡티하나 없는 깨끗하며 선명한 화면은 영화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 또한 요란하다.
과도하게 음량을 키운 면이 없지 않지만 액션에 걸맞는 박력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파워 DVD 캡처 샷>
언제봐도 유쾌한 이문식이 초반 특공무술 관장으로 우정출연했다.
주인공 병태는 아버지가 강력계 형사이며, 인문계에서 공고로 전학왔다는 이유로 못된 학생들에게 늘 매를 맞는다. 영화는 병태를 통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다. 병태를 맡은 재희의 연기가 좋았다.
재희에게 구세주로 등장한 싸움의 고수 오판수를 연기한 백윤식. 중저음의 보이스 컬러와 묵직한 연기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같은 포스를 뿜어낸다.
"너, 네 뼈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지?" 백윤식의 대사는 웃음과 함께 위압감이 풍겨나온다. 대사를 내뱉은 후 백윤식은 깡패 두목의 팔을 순식간에 비틀어 버린다. DTS로 들으면 뼈부러지는 소리가 소름끼친다.
관람 등급을 15세 관람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편집을 하다보니 최여진의 존재가 애매모호해졌다. 원래는 백윤식과 로맨스가 섞여 있는데 이를 잘라내는 바람에 도대체 왜 등장하는 지 알 수 없는 역할이 돼버렸다.
독서실 한 켠에 처박혀 무협지나 읽으며 뒹구는 백윤식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재희가 조르는 과정은 '취권' '사형도수'에서 성룡이 비권을 배우기 위해 온갖 수발을 드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너 피똥싸고 기저귀 찬다." 다음 순간 한 손으로 슬며시 꺾은 나무젓가락이 까부는 양아치의 눈 가에 꽂히며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 영화의 특징은 액션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이 많지 않다. 서부극처럼 싸움이 벌어지기 전까지를 집요하게 묘사하고 정작 액션은 소리와 사후 장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액션물이라는 장르에서 한 발 비켜선 독특한 영화다.
허공을 날고 공중제비를 도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둔탁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총을 맞고 쓰러진 싸움의 고수는 병원에서 생명의 위기를 넘긴 뒤 조용히 멕시코 칸쿤 해변으로 사라진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칸쿤 해변은 안면도에서 외국 학생들을 동원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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