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다빈치 코드(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12. 14. 15:18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 앉은자리에서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은 책은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은 '이솝 우화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다.


솔직히 음모론을 다룬 그렇고 그런 미스터리류 소설이겠거니 싶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정신없이 빠져들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었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가 뛰어나 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이 뛰어난 놀라운 소설이다.


내용은 시온 수도회가 목숨을 걸고 간직하려는 예수의 비밀을 둘러싸고 비밀 종교단체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다.
여기에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 교수가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뛰어들면서 놀라운 비밀들이 드러난다.


댄 브라운의 장점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들을 잘 끌어모아 하나의 틀로 훌륭하게 구성하는 점이다.
사실 '다빈치 코드'에 토대가 되는 예수의 결혼설은 '성혈과 성배'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교회에서 쉬쉬하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등 숱한 종교 서적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들이다.


댄 브라운은 이를 잘 버무려 가공의 인물들을 끼워 넣어 기막힌 이야기로 만들었다.
물론 댄 브라운은 이를 위해 1년 동안 자료 조사를 하고 1년 동안 집필하며 1년 동안 다듬는 등 무려 3년의 세월을 이 작품에 투자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고 나면 프리메이슨과 템플 기사단, 시온 수도회 등 서양 신비주의자들에 대한 너무나도 훌륭하고 재미있는 강의를 들은 느낌이다.
그만큼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다.

 

하지만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2006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간 제약 때문에 소설처럼 상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다 보니 줄거리 소개 정도로만 그쳐서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워낙 소설이 방대한 이야기를 긴박하게 펼치다 보니 이를 영화로 옮기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영화의 구성이 성기고 설명이 부족해서 마치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전하는 시놉시스만 읽은 느낌이다.
여기에 여주인공 소피를 연기한 오두리 토투는 원작 소설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만약 영화를 보고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면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이 좋다.
다만 영화가 주는 장점이 있다면 머릿속으로 그려야만 하는 각종 이미지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다.

 

물론 이 마저도 원작의 일러스트 판본이 나와서 효과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랑스 파리와 스코틀랜드에 산재한 문제의 장소와 건물들을 볼 수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4K 타이틀은 영화 개봉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화질을 개선한 판본이다.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부록 디스크 등 3장으로 구성됐다.
과거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이 DVD 타이틀에 비해 부록이 빈약해서 아쉬웠는데 4K 타이틀은 별도 부록 디스크를 통해 이를 보완했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약 2시간 30분 분량의 극장판만 들어있다.
대신 30분가량 늘어난 확장판 내용을 삭제 장면에 넣어 놓았다.

 

4K 타이틀의 화질은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괜찮은 편이다.
암부 디테일이 조금만 더 살아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채널 분리도가 좋고 여운 있게 이어지는 소리의 잔향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과 '인페르노' 예고 영상, 론 하워드 감독의 시퀀스 음성해설 외에 다양한 내용들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참고로 처음 올린 이 타이틀의 포스트를 카카오에서 청소년 유해물이라고 차단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영화 자체도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고 포스트에 올린 사진들이 숱하게 다음 등 포털에 돌아다니는데 무슨 이유로 청소년 유해물이라고 판정을 했는지 어이가 없다.

심지어 카카오는 버젓이 이 작품의 VOD를 청소년들도 볼 수 있게 카카오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내로남불도 아니고, 카카오는 청소년들에게 VOD 서비스를 하면서 이용자의 블로그 포스트를 근거도 없이 청소년 유해물로 차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영화 등급이 15세 관람가에서 청소년 불가로 바뀌고 카카오페이지 VOD 서비스도 여기 맞게 바뀌고 숱한 사진과 다른 블로그 게시물들도 삭제되면 납득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카카오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포스트는 그렇지 않지만 만에 하나 유해물이 섞인 포스트의 경우에도 해당 내용만 수정하도록 조치하면 될 텐데 포스트 전체를 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은 언론 탄압이라고 본다.

차단되면 해당 포스트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게시자 조차도 내용을 수정할 수 없으니 이는 명백히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조치들을 보면 카카오가 이용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포털의 형식적이고 폭압적인 게시물 차단 조치는 마땅히 시정되어야 옳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여러가지 의미심장한 코드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극중 랭던 교수(톰 행크스)가 서명해 주는 책 표지는 성배의 비밀을 지키는 시온 수도회의 그랜드 마스터를 지낸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케치 '비트루비우스 인체도'를 재현한 박물관장은 모형이다. 랭던과 소피가 미국 대사관으로 도망가는 장면에 나오는 포스터는 시온 수도회의 그랜드 마스터였던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 미제라블'이다.
이 영화는 사상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 내부에서 촬영했다. 휴관일 야간에 촬영했으며 촬영 장소에 걸린 약 100여점의 그림들은 진품 훼손을 막기 위해 모사한 가짜를 사용했다. 그러나 모나리자관은 촬영허가를 받지 못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파리의 생쉘피스 성당을 가보지 않으면 로즈라인을 상상하기 힘든데, 영화는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이런 게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는 예수 탄생 이후부터 중세 유럽을 관통하는 십자군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순례자 보호를 위해 결성된 템플기사단이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온수도회의 그랜드 마스터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통해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장면. 하워드 감독은 최후의 만찬과 다빈치코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장면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파리 경찰의 파슈 국장을 연기한 장 르노. 원작을 쓴 댄 브라운도 파슈 국장을 묘사할 때 장 르노를 떠올렸다고 한다.
디테일이 개선된 장면. 마치 유럽의 오래된 유화를 보는 것 같다.
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외관만 현지 촬영하고 내부는 다른 곳을 비슷하게 꾸며서 촬영을 했다.
내부 촬영이 금지된 웨스트민스터 성당 대신 링컨성당에서 찍었다. 이곳에 뉴튼 무덤을 비슷하게 만들었다.
소설만으로 모양을 알기 힘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호장치인 '크립텍스'. 1,200만개의 글자조합 암호를 만들 수 있는 장치다.
성배의 열쇠가 숨겨진 장소로 등장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로슬린 예배당.
고인이 된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89년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루브르 박물관 앞에 이집트 피라미드를 본딴 유리 피라미드를 세웠다. 미테랑은 시온 수도회와 관련있는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 이교도적 상징이 가득한 파리는 도시명도 이집트 여신 이시스의 배(파리아)를 뜻하는 파리아 이시스가 축약된 것.
과거 장미는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이었다. '사랑'이라는 꽃말도 여기서 유래했다. 반면 백합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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