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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꼭지

울프팩 2012. 11. 11. 20:22
스페인의 비가스 루나 감독이 만든 '달과 꼭지'(La Teta Y La Luna, 1994년)는 음험하면서도 발칙한 영화다.
그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성에 대한 은유로 가득차 있다.

제목의 달과 젖꼭지는 말그대로 여성을 상징한다.
남성의 시각에서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 여성에 대한 집착을 다뤘는데, 너무 노골적이면 부담스러우니 슬쩍 아이의 시선을 빌려 순진함을 가장한다.

겉으론 동생을 시샘하는 아이의 순진함과 집착이 여성의 가슴으로 귀결되지만, 이면에는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경쟁이 숨어 있다.
꼬마 테테, 청년 비겔, 방귀쟁이 모리스 등 세 남자는 모두 한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 저마다의 장기를 갖고 다툰다.

마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동물의 세계나 진배없다.
비가스 루나 감독은 이를 희한한 캐릭터들로 희화화시켜 유쾌하게 그렸다.

바로 여기에 이 영화의 장점이 있다.
술자리 음담패설처럼 야한 이야기를 적당한 유머로 휘감아 웃음을 유발하는 루나 감독의 특기가 제대로 발휘됐다.

그렇기에 바게트빵, 냄새나는 발, 흰 우유 등 성적 암시를 지닌 대체물을 통해 지나치게 노출이 심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나만의 젖을 갖게 해달라"고 달에게 소원을 비는 꼬마, 남자의 눈물을 모으는 여인, 사랑을 갈구하며 밤마다 세레나데를 부르는 청년 등 유럽식 낭만도 넘쳐 흐른다.

그런 점에서 루나 감독은 마지막 낭만파일 지도 모른다.
음험하면서도 발칙하고, '개 같은 내 인생'처럼 성장통을 적당히 버무린 작품이다.

2.35 대 1 레터박스 방식의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디테일이 떨어져 화질이 좋지 않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소년 테테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기를 시샘한다. 특히 그의 시샘은 엄마의 젖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엄마보다 예쁜 가슴을 지닌 이웃 여인의 속옷을 훔치는 테테. 비엘 두란이 연기했다.
방귀쟁이 모리스는 방귀로 불을 붙이거나 화살을 쏘는 묘기로 먹고 산다. 제라드 다몽이 연기.
이 영화는 과한 노출이나 노골적 성행위 대신 바게트 빵, 우유 병 등 성적 코드를 지닌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했다.
니콜라 피오바니가 담당한 음악도 좋다.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 '하몽하몽'의 음악을 맡았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건설된 로마시대 수로를 따라 행진하는 로마병들은 소년의 상상 속에 등장해 그의 욕구를 억누른다.
마틸다 메이가 연기한 무용수는 남자의 발냄새와 눈물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희한한 캐릭터이다.
비가스 루나 감독은 194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교수 및 디자인학원을 운영했다. 그의 작품은 달리 미술관에 전시될 만큼 인정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94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달과 꼭지
비가스 루나 감독; 비엘 듀란 출연; 마틸다 메이 출연; 제라르드 다몬 출연; 미겔 포베다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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