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은 나쁘다."
이 발언의 주인공이 하필 월가의 부도덕한 갑부로 꼽히던 조던 벨포트다.
1962년생인 조던 벨포트는 22세때 시작한 냉동트럭 사업이 잘 돼 돈을 벌었으나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1년 만에 파산했다.
먹고 살기 위해 23세때 증권사 말단 직원으로 취직해 주식중개인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미 증시를 강타한 주가 대폭락으로 실직한다.
하지만 타고난 입담을 지녔던 그는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투자회사를 차려 크게 성공한다.
무려 1,000명이 넘는 주식중개인을 거느릴 정도로 번창한 그는 15억달러가 넘는 거래실적을 올리며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월가의 늑대'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릴 만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끝없는 욕심에 눈이 먼 그는 1999년 허위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차명 투자 등으로 FBI에 체포돼 22개월 형을 선고 받은 뒤 재산도 압수당하고 1억달러라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하루 아침에 망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월가의 늑대들'이란 책으로 펴내 돈을 벌었고, 타고난 언변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성공학 강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거장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하고 주연까지 맡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2013년)는 조던 벨포트의 책을 토대로 만든 실화다.
영화는 난잡하기 그지없는 벨포트 일행의 행동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단순 호화 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사무실에 매춘부들을 불러 들여 집단으로 낯 뜨거운 행각을 벌이고, 물 마시듯 마약을 흡입한다.
설마 저랬을까 싶을 만큼 충격적인데, 제작진 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하니 상상 이상의 행각을 벌였던 모양이다.
어찌보면 이런 모습들이 금융산업의 상징인 미국 월스트리트의 민낯이자 자본주의의 치부일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나 제작진은 미국 금융가의 맨 얼굴을 드러내 자기 반성이라는 거창한 메시지를 던질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그 행각 자체가 주는 충격과 이야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어찌됐든 그런 메시지를 담았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영화를 보며 받은 충격은 금융산업의 허실을 여과없이 드러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오히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주는 충격과 풍기문란의 전형을 보여주는 행각들은 굳이 의미를 따질 필요없이 내용 만으로도 재미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벨포트가 회사를 운영하며 왜 이런 엉망진창인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이유다.
그는 자신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타락한 삶을 권장했는데, 그 이유가 걸작이다.
"분에 넘치는 삶을 살아야 이를 메꾸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월급을 많이 주기로 유명한 다른 금융업체들도 벨포트와 같은 이유인 지 궁금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 답게 화질이 좋다.
윤곽선도 뚜렷하고 색감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다만 본편에 간간히 보이는 한글 자막의 오,탈자가 눈에 거슬린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사운드의 울림이 괜찮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2편의 동영상과 배우-감독 인터뷰가 HD 영상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놀라운 화제의 인물 조던 벨포트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가 마틴 스콜세지를 감독으로 선택.
벨포트의 부인을 연기한 호주 출신 배우 마고 로비.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청년이 처음 만나 반했으나 나중에는 만나지 않게 되는 여인을 연기했다.
회계사 부모 밑에서 평범하게 자란 벨포트는 주식 중개로 떼돈을 번 뒤 미쳐 돌아가는 월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약과 섹스에 탐닉했다. 배우들은 코카인 대신 비타민B를 가루로 만들어 흡입했다.
벨포트의 노란색 재규어. 촬영 중간에 제작비 문제로 한 차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엠마 이모 역으로 줄리 앤드류스도 고려했으나 결국 '007 여왕폐하 대작전'에서 본드 걸로 나온 조안나 럼리를 선택했다.
가슴 확대 수술에 필요한 1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에 여직원이 사무실에서 삭발을 하는 장면은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다.
벨포트는 사무실에 매춘부들을 풀어놓고, 공개적으로 마약도 즐겼다. 투명한 회사 승강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구강 성교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디카프리오가 먼저 각본을 스콜세지 감독에게 전달했고, 이를 본 감독이 작품을 맡게 됐다.
1991년에 벨포트가 햄톤비치에서 벌인 파티를 촬영한 실제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 영상에는 나중에 나오미 벨포트 부인이 되는 나딘 캐러디도 등장한다.
벨포트가 부인에게 선물한 호화 요트. 벨포트는 유명한 코코 샤넬의 요트도 소유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촬영장에 들렸다가 일부 카메라 앵글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
디카프리오는 난잡한 벨포트의 행각에 대해 '칼리귤라'를 참조해 영감을 얻었다.
벨포트가 주식중개인으로 돈을 번 방법은 분명했다. 의뢰 고객이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바로 현금화해서 시세 차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더 많은 수익을 약속하며 다른 주식을 사게 만들었다. 즉, 돈을 번 고객이 끊임없이 다른 주식을 사도록 돌리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비행기 1등석에서 술에 잔뜩 취해 승무원들을 괴롭히는 벨포트. 벨포트의 친구로 나온 조나 힐은 여자친구 아버지였던 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권유로 배우가 됐다.
벨포트는 현금을 스위스 차명계좌로 빼돌리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은 장면은 판매의 귀재인 콧수염 친구의 볼펜팔기다. 벨포트가 이 자리에서 팔아보라며 볼펜을 건네자 그는 벨포트더러 서명을 해달라고 한다. 벨포트가 펜을 찾자 그는 펜을 내밀며 한마디 한다. "수요가 공급을 낳지."
벨포트의 성공학 강의는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그가 강조하는 것은 "부자가 되려면 절대 포기하자 말라"는 것이다. 그는 "실패는 친구와 같으니 굴하지 말고, 여러 번 실패해도 매번 다르게 시도하면 언젠가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로또 1등에 당첨되려면 될 때까지 오래 살으라는 말처럼 허무하게 들린다.
이 영화에는 로브 라이너, 존 파브로 등 감독들이 배우로 등장한다. 스콜세지 감독도 벨포트의 첫 번째 고객 목소리로 음성만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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