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서 변죽만 올린 오우삼 감독이 본격적으로 삼국지의 하일라이트인 적벽대전의 장관을 풀어낸 작품이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2009년)이다.
이 작품에서는 오나라의 화공과 유비의 협공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다뤘다.
대륙의 스케일답게 전투 장면을 막대한 인원과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화려하게 묘사했다.
비록 컴퓨터그래픽이 약간 어설퍼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대함대가 불에 타 무너지는 장면을 꽤 그럴듯하게 그렸다.
해상 전투 못지 않게 요새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오나라의 상륙전은 마치 고대판 동양의 '라이언 일병구하기'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영화 만으로 적벽대전을 이해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오우삼 특유의 화법으로 원작을 상당 부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갈공명과 짝짜꿍을 맞춰 조조에게 연환계를 거는 방통은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고, 대체로 여성을 허술하게 다룬 원작과 달리 손상향을 007 뺨치는 첩자로 묘사했다.
더불어 적진을 찾아가 대담하게 조조를 희롱하는 소교 등 여성의 비중이 커졌다.
반면 황개의 고육책이나 관우의 화용도 싸움 등 적벽대전에 주요 분기점이 된 전략전술을 모두 드러내 단순 티격태격 싸움으로만 묘사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막판 조조와 칼 끝을 겨누는 주유의 대결은 시대와 장소만 바뀌었을 뿐 오우삼 특유의 느와르 액션을 연상케 한다.
이런 점이 오우삼 영화에 익숙한 팬이라면 반가울 수 있지만 삼국지를 지나치게 단순화 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우삼이 바라본 삼국지는 의리로 뭉친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권력을 두고 다투다 보면 빼놓지 않고 따라 붙게 되는 속성인 반목과 질시, 의심과 경계, 속임수는 눈 녹듯 사라졌다.
선한 편은 끝간데 없이 정의롭고, 악자는 동정의 여지도 없이 그저 두들겨 맞는 느와르의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보인다.
결국 삼국지를 느와르 식으로 재해석한 점이 이 작품의 차이점이자 한계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CG가 섞인 장면에서는 디테일이 명료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감상에 큰 무리는 없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극적인 리어의 활용으로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화공 장면을 모은 자막없는 액션장면과 국내 기상청 시사회 영상 등이 단촐하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위용을 갖추고 함선을 늘어세운 조조의 진영. 원작에서는 조조가 방통의 연환계에 걸려 스스로 함선을 쇠사슬로 연결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채모의 제안으로 바뀌었다.
제갈량의 지모를 엿볼 수 있는 화살 모으기 장면. 바람을 가르는 화살소리를 잘 살렸다.
아무리 봐도 소교의 등장은 사족이다. 로맨스가 없어 여성팬을 사로잡기 힘든 삼국지의 한계를 넘고자 오우삼이 여성캐릭터를 지나치게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개연성이 떨어진다.
장강을 태우는 불길을 재현한 장면. 화공 장면을 찍다가 스턴트맨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둥둥둥둥 울리는 북소리가 일품인데, '살인의 추억'에서 음악을 맡은 이와시로 타로가 음악을 담당했다.
요새에서 벌이는 싸움은 '라이언일병 구하기'에 비견될 만큼 악착스럽다. 전투 장면 때 리어에서 터져 나오는 북소리가 위력적이다.
오우삼 영화를 많이 봤다면 익숙한 앵글이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에서 서로가 물고 물리듯 겨눈 총부리가 칼로 바뀌었다.
제갈량의 도술쇼나 황개 방통 관우 등의 이야기도 빠지고 손상향과 소교의 사족같은 에피소드가 들어갔지만 늘어지는 1편에 비하면 그런대로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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