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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로리타 (스탠리 큐브릭 감독판)

울프팩 2013. 3. 15. 19:44
1980년대 모음사에서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를 처음 읽었을 때, 시적인 떨림을 주던 그 첫 문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등장인물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가장 관능적으로 소개한 문구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소화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중년의 사내가 12세 소녀에게 홀딱 빠져 미국을 떠돌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내용.
워낙 센세이셔널한 내용 때문에 훗날 어린 소녀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가리켜 '로리타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낳았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로리타'(Lolita, 1962년)는 나보코프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 설정은 똑같지만 내용이 약간 다르다.

주인공인 로리타의 나이도 원작은 12세이지만 영화는 14세로 높였고, 중년 사내 험버트 험버트(제임스 메이슨)와 로리타(수 라이온)의 애정행각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그저 간접적인 분위기로만 알듯 모를듯 전달한다.

아마도 당시 수위가 높았던 미국 검열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그 바람에 영화는 원작보다 싱거운 영화가 돼버렸다.

영화만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뭐가 문제일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워드 모리스가 촬영한 일부 장면은 대단히 관능적이다.

특히 명암비가 높은 흑백 영상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여체의 굴곡을 살린 일부 영상은 탐미적이다.
그렇지만 나보코프가 근본적으로 제기한 사랑의 집착과 이로 인한 파멸의 과정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검열의 장벽이 높았던 시대적 한계일 수는 있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운 영화다.
특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1.66 대 1 와이드스크린의 DVD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흑백이어서 화질의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중년 남자와 12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원작 소설은 1955년 출간되자마자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금지 당했다. 그러나 1958년 판금이 풀려 뉴욕에서 출간됐다.
로리타에 집착하는 험버트 험버트 역은 제임스 메이슨이 연기.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제작자 제임스 해리스는 처음부터 그를 점찍었으나 연극 출연 때문에 메이슨이 고사했다. 그 바람에 여러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
로렌스 올리비에, 피터 유스티노프, 데이비드 니븐, 말론 브란도와 촬영 전 죽은 에롤 플린, 케리 그란트가 물망에 올랐다. 니븐은 역할을 수락했다가 당시 진행하던 TV쇼 스폰서들이 싫어할까봐 우려해 다시 거절했고, 그란트도 이미지 때문에 거절했다.
'핑크 팬더'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샐러스가 퀼티를 연기. 퀼티는 원작 소설보다 비중이 늘었다.
1960년대 초반 프로펠러 여객기 모습. 원작을 쓴 나보코프는 아마추어 나비연구가로도 유명하다.
로리타가 쓴 고양이 눈 모양의 선글라스는 포스터와 다르다. 포스터에는 하트 모양 선글라스가 나온다.
묘하게 꼬인 관계를 보여주는 샷. 험버트 험버트는 작은 악녀인 로리타를 좋아하고, 그런 그를 로리타의 엄마인 샤롯이 좋아한다.
험버트 험버트는 로리타와 헤어지기 싫어 로리타의 엄마와 결혼한다. 험버트가 로리타의 엄마와 침대에서 껴안은 채 로리타의 사진을 응시하는 장면에서 로리타의 사진이 뿌옇게 처리된 것은 검열 때문이다.
로리타의 나이를 소설보다 두 살 높여 14세로 설정한 것도 검열이 소아성애식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리타 역은 800명이 오디션을 봤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899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백계 러시아 귀족의 자손으로 태어낫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독일로 망명해 소설을 썼고, 다시 제 2 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194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로리타를 연기한 수 라이온은 이 작품으로 1963년 골든글로브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수 라이온이 로리타 역을 맡는 데에는 가슴 크기도 일부 작용했다고 한다.
로리타 역에는 튜스데이 웰드, 해리 밀즈, 10대였던 제니 맥스웰, 조이 하더톤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해리 밀즈는 본인이 거절했고, 조이 하더톤의 경우 딸이 난잡한 여자로 보일까봐 아버지가 출연을 반대했다. 제니 맥스웰은 스크린 테스트까지 받았다.
초기 007 시리즈에서 머니페니로 익숙한 루이스 맥스웰도 간호사 역으로 출연.
촬영은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지붕위의 바이올린'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을 찍은 오스워드 모리스가 맡았다.
소설 속 흙갈색인 로리타의 머리카락 색깔도 영화에선 금발로 바뀌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로리타
스탠리 큐브릭 감독/제임스 메이슨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김진준 역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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