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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메트로폴리스(블루레이)

울프팩 2017. 11. 8. 18:54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1927년에 발표한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음악이 들어가면 가치가 더 빛난다.

1984년 유명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가 음악을 덧입힌 버전은 프레디 머큐리, 보니 테일러 등 유명 가수들이 부른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영화를 새롭게 만들었다.

 

조르지오 모로더 버전의 사운드트랙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한 음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2001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프리츠 랑의 무성영화를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동명 만화다.

 

'우주소년 아톰'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원형을 이 작품에서 제시했다.

원작 만화에서 로봇인 티마가 남자 또는 여자의 모습을 모두 지닌 양성 캐릭터로 나오는데 남성의 모습을 변형시킨 것이 아톰이다.

 

데즈카 오사무는 프리츠 랑의 무성영화를 본 적도 없는 만큼 이를 토대로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여성 로봇을 찍은 영화 스틸 사진에서 힌트를 얻어 내용을 구상하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세주처럼 등장한 여성로봇, 인간과 대립하는 로봇의 반란 등 여러가지가 무성영화와 닮았다.

진위가 어찌됐든 데즈타 오사무의 만화 또한 묵시록적인 성격을 띤 내용으로 만화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여기에 화려한 색과 음악을 입혀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이 린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지극히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로봇을 통해 인류와 기계가 화목하게 공생하는 세계를 그렸다.

 

바벨탑을 연상케 하는 인류가 만든 미래의 도시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웅장하지만 차갑고 날카롭게 묘사했다.

반면 손그림으로 그린 로봇의 모습은 데즈카 오사무 특유의 눈이 크고 동글동글한 캐릭터를 통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묘사됐다.

 

작품 속 로봇들은 허드렛일을 하며 철저한 인간의 보조재로 등장한다.

사람을 위해 일하지만 감히 사람이 사는 세계에 범접할 수 조차 없는 로봇들의 모습과 로봇 덕분에 높은 곳에서 편안하게 살며 군림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그대로 계급갈등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를 해소하는 것은 내재된 갈등의 폭발, 즉 로봇의 반란으로 이어진다.

지극히 변증법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인간의 권력욕과 불평등한 사회 관계, 계급 모순, 빈부격차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만큼 내용이 묵직하고 암울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색상으로 빛나는 그림 덕분에 영상은 더 없이 화려해 보인다.

여기에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혼다 도시유키가 맡은 음악 또한 작품의 퀄리티를 한 차원 끌어 올렸다.

 

압권은 하일라이트 순간에 터져 나오는 레이 찰스의 노래 'I Can't Stop Loving You'이다.

영상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 이 노래는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우며 비극적으로 들린다.

 

이 장면에 이 노래를 배치한 것 자체가 신의 한수나 다름없다.

여기에 혼다 도시유키가 작곡한 블루지한 재즈 곡 'St James Infirmary'도 영화의 서정미를 한층 끌어 올렸다.

 

그만큼 이 작품은 린타로 감독의 여러 애니메이션 가운데 단연 톱에 꼽을만한 명작이다.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도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치켜 세웠다.

 

결코 그 평가가 과장되지 않을 만큼 잘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는 여러모로 아쉽다.

 

가장 아쉬운 것은 화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윤곽선이 두텁고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색감도 순도가 높지 않으며 일부 장면은 미세한 지글거림이 두드러지는 등 DVD처럼 화질이 저하된다.

그만큼 장면에 따라 화질 편차가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리어를 확실하게 활용하는 등 채널분리가 잘 돼있다.

 

미국판 블루레이여서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부록도 한글자막이 없으며 내용물도 DVD보다 빈약해 제작진 인터뷰만 들어 있다.

 

그래도 이 작품을 DVD보다는 개선된 화질의 블루레이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더 좋은 화질로 리마스터링돼서 국내에서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됐으면 좋겠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레이 찰스의 노래 'I Can Stop Loving You'가 흘러 나오는 절정의 순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미래 도시의 모습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제작. 린타로 감독은 처음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방법인 셀 방식에 CG를 섞었다.

데즈카 오사무는 오사카대 의학부에 다니던 시절 4컷만화를 그리며 입문했다. 이후 1963년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1989년 61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작품은 수직적 높이감을 잘 살렸다. 높이 솟은 고층건물의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와이드스크린의 높이를 최대한 활용해 인물을 아래쪽에 배치하면서 여백을 많이 두는 방법으로 높이를 잘 살렸다.

데즈카 오사무 특유의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이 작품에도 어김없이 등장. 린타로 감독은 '우주소년 아톰'의 일부 연출을 맡으면서 데즈카 오사무와 인연을 맺었다.

1979년 '은하철도 999'를 만들어 유명한 린타로 감독은 5년에 걸쳐 이 작품을 제작했다.

각본은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 '반딧불의 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배경을 맡은 하라타 슈이치가 미술을 담당했다.

일본의 블루스 가수 기무라 아쓰기가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블루지한 재즈곡 'St James Infirmary'를 불렀다.

주제가 'There'll Never be Goodbye'는 일본 가수 오바타 미나코가 불렀다.

메트로폴리스 (1Disc)
린 타로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Osamu Tezuka's Metropolis (메트로폴리스) (BD-R)(한글무자막)(Blu-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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