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2. 17. 23:10

김기덕 감독은 영화 '섬'을 구상하면서 매일 동서남북이 바뀌는 공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집을 만들었다.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김 감독은 주왕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주산지를 찾았다.
하지만 공교롭게 주산지는 300년 만에 처음 물을 빼내는 정비작업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섬'의 촬영지가 바뀐 이유다.
이후 김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섬'의 언론시사회를 가진 직후 호텔 방에서 보이는 설산을 보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년)의 시놉시스를 구상했다.

그리고 '섬'에서 이루지 못한 공간에 대한 미련을 이 작품에서 풀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과 서가 바뀌는,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했던 물 위에 뜬 절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만큼 김 감독이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낸 미학적 공간은 참으로 아름답다.
주왕산국립공원의 명물인 주산지가 빚어내는 절경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회화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상들이 많다.

그러나 표현의 강도가 순화되긴 했지만 김 감독 특유의 가학적 표현도 여전하다.
주인공이 상대나 자신을 괴롭히는 장면들을 보면 "인생은 가학과 피학 자학"이라는 김 감독 특유의 투쟁적 인생관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이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주산지 물 위에 오롯이 뜬 섬 같은 절에 사는 노승과 동자승은 달라지는 계절처럼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이를 통해 김 감독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 이를 내려놓기 위한 고통의 몸부림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인 그가 지극히 불교적 해법을 찾는 과정이 이채롭다.

고양이 꼬리에 먹을 묻혀 절 바닥 가득 반야심경을 쓴 뒤 칼로 글자들을 파내고, 엄동설한에 웃통을 벗고 맷돌을 끌며 동불을 든 채 산에 오르는 고행을 한다.
돌고도는 계절로 윤회를 암시하는 제목 또한 불교적이다.

여기서 리얼리티를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주 무대인 물 위에 뜬 절 자체가 이미 사실성을 부정하는 지극히 작위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성을 뛰어넘는 작위적 요소를 동원해 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를 추구하고 철학적 메시지를 녹여 넣는 것이 곧 김 감독의 특징이다.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관객의 몫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깔끔하지 못하고 원경의 디테일도 떨어져 아쉬움이 남지만 기존에 나온 DVD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일부 장면에서 귀뚜라미나 새소리 등이 리어에서 흘러 나오는 등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DVD 타이틀에 수록됐던 제작과정과 제작발표회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물 위에 뜬 절이라는 기발한 생각을 해 낸 김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에 탄복했다. 주왕산국립공원 내 주산지에서 찍은 이 곳은 지극히 철학적이면서 보기에도 참으로 아름답다.
영화는 마치 불교의 윤회를 상징하듯 봄으로 시작해 사계절을 일순한 뒤 다시 봄으로 끝맺음한다.
동자승으로 나온 아역 배우가 천연덕스럽게 뱀을 잡는 장면도 놀랍다. 아이는 모형이 아닌 살아 있는 뱀을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만진다.
청년승 역할은 서재경이 연기.
제작진은 3억5,000만원을 들여 3개월 동안 물 위에 뜬 절을 지었다. 절은 촬영이 끝난 뒤 철거됐다.
욕망이 낳은 유혹. 여기서 번민이 시작된다.
욕망을 유혹하는 소녀 역은 하여진이 연기.
계절의 변화를 거의 고정적인 프레임으로 잡아낸다. 특이한 것은 나뭇가지 등 렌즈 앞을 가린 물체 너머로 피사체를 잡아낸 점이다.
원래 김 감독은 산사 암자에서 촬영할 생각에 1년 동안 전국 산사를 뒤지고 다녔으나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섬' 때 점찍었던 주산지를 촬영 장소로 잡고 고립된 공간인 물 위에 뜬 절을 지었다.
노승이 고양이 꼬리에 먹을 묻혀 쓴 반야심경을 살인을 하고 돌아온 동자승이 칼로 파낸다.
눈과 귀와 입을 닫겠다는 '폐(閉)'자를 붙인 채 스스로 화장하는 노승의 입적은 등신불을 연상케 한다.
오롯이 담아낸 주산지의 사계는 말이 필요없는 절경이다. 특히 물 위에 뜬 절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형기를 마치고 돌아온 중년의 주인공은 김기덕이 직접 연기했다.
아기를 맡기고 얼음 호수에 빠져 동사한 여인의 시체는 마네킹을 이용해 촬영.
2002년 5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촬영. 촬영은 백동현 촬영감독이 맡았다. 후반에 흘러 나오는 '정선아리랑'은 김영임이 불렀다. 김 감독은 TV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듣고 감복해 음악에 맞는 장면을 구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dts)
김기덕 감독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블루레이
김기덕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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