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만든 '빅터 빅토리아'(Victor Victoria, 1982년)는 참으로 독특한 작품이다.
에드워즈 감독 영화 중에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액션이 섞인 코미디를 잘 만든 그의 영화 중에 드물게 뮤지컬 장르다.
여기에 동성애를 소재로 다뤘으며 그 중심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맑고 고운 목소리를 지닌 가정교사로 나온 줄리 앤드류스가 게이를 가장한 남장 여성으로 등장한다.
음악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핑크 팬더' 등 히트곡들을 줄줄이 만든 헨리 맨시니가 맡았다.
헨리 맨시니는 영화음악을 많이 만들었지만 뮤지컬 스코어를 쓰지는 않았는데, 이 작품이 예외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82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내용은 밥 먹을 돈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한 여가수가 여자로 가장한 게이 가수인 척 꾸미고 무대에 서서 성공하는 얘기다.
이 과정에 여가수의 정체를 수상하게 여긴 유명한 흥행사와 사랑에 빠지며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
에드워즈 감독은 이 작품에서 뮤지컬 장르를 지향하면서도 장기인 코미디 요소를 빠뜨리지 않았다.
바퀴벌레 때문에 벌어지는 슬랩스틱에 가까운 식당 소동이나 술집 난동, '핑크 팬더'에서 많이 본 스타일의 호텔 방 숨바꼭질 등은 그의 여러 작품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오히려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조돼 뮤지컬 스타일은 많이 묻혔다는 느낌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나 인물들의 대화도 대부분 대사로 처리됐고 노래와 춤은 가수가 무대에서 부르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격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하다.
결정적으로 헨리 맨시니의 곡들도 쉽게 따라부르거나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만큼 뮤지컬로서는 성공적이지 못한 작품이다.
그나마 '사운드 오브 뮤직' '메리 포핀스' 이후 오랜만에 줄리 앤드류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가운 작품이다.
특히 지금은 줄리 앤드류스가 성대 수술 이후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작품에서 듣는 그의 노래가 더더욱 반갑다.
더불어 당시로서는 서양에서도 금기시된 동성애를 코미디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물론 동성애를 전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고 진정한 사랑의 발견을 위한 소도구처럼 쓰였지만 어쨌든 용기있는 시도다.
하지만 동성애가 하나의 웃음거리로 쓰여서 성소수자들이 보면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여전히 동성애는 그릇된 것이라는 마초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물론 블루레이처럼 칼 같은 윤곽선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볼 만 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에드워즈 감독과 앤드류스 부부의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 중 배경은 1930년대 파리다. 실제 파리에서 찍은 것은 아니고 영국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파리 길거리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에드워즈 감독에 따르면 무전취식의 도구로 쓰인 바퀴벌레를 아르헨티나에서 얼린 상태로 들여와 헤어드라이어로 해동시켜 촬영했다고 하는데, 사실인 지 알 수가 없다.
게이로 출연한 로버트 프레스톤과 극 중 남장 여가수로 나오는 줄리 앤드류스.
원래 원작은 1933년 한스 홈버그와 라인홀트 쉰젤이 썼다. 그는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대본을 썼다.
맨 오른쪽 청년이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줄리 앤드류스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그는 배우가 됐다.
'대탈주'로 낯이 익은 제임스 가너가 줄리 앤드류스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로 출연.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은 쉰젤이 쓴 원작 각본 내용을 많이 바꿨다. 일단 원작 각본에서 베를린이었던 배경 장소를 파리로 바꿨다.
줄리 앤드류스는 1995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마키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공연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노마를 연기한 레슬리 앤 워렌은 일부러 새된 목소리로 우스꽝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줄리 앤드류스는 1969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비밀리에 재혼했다. 그는 영국에서 여성들에게 내리는 기사작위에 해당하는 데임 칭호를 받았다. 그는 1998년 성대 수술 이후 목소리가 손상돼 예전처럼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됐다.
에드워즈 감독은 세트를 만들어도 꼭 4개의 벽을 설치한다. 액션과 유머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4개의 벽이 모두 필요하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 때 벽 하나를 떼어내고 카메라를 설치한다.
줄리 앤드류스는 이 작품으로 1982년 골든글로브 코미디 뮤지컬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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