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근래 겪은 국가적 어려움을 꼽으라면 대부분 1997년 IMF 사태를 든다.
처음으로 국가가 외화 부족으로 부도 위기를 맞아 빚을 졌고, 큰 기업이 잇따라 무너졌으며 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겪으며 평생 직장으로 알았던 곳에서 쫓겨 났기 때문이다.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국민들은 대대적으로 진행된 금모으기에 아기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열성적으로 참여해 생각보다 빨리 IMF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럴 수 있었던 이면에는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더불어 우리가 물건을 팔 수 있었던 세계 시장이 버티고 있었다.
즉 IMF가 국가적 사태이기는 했지만 우리만의 일이었고 해외 각국은 괜찮았기에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물건을 팔 시장이 존재했다.
하지만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 위기는 달랐다.
우리 만의 일이 아니라 해외도 똑같이 어렵다 보니 우리 물건을 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과 정부 관료, 경제학자들은 IMF 때보다 리먼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리먼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는 지지고 볶고 재판 시늉을 하며 매듭을 지었지만 그 여진이 아직도 남아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후 세계 경제는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채 병든 환자처럼 시름 시름 앓고 있다.
덩달아 우리도 실업률이 자꾸 오르고 기업들은 구조조정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
IMF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나라가 어렵다며 강조하는 바람에 모두가 알았지만 리먼 사태는 나라 밖의 일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다니 보니 마치 실체없는 유령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담 맥케이 감독이 작정하고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속시원하게 까발리는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 2015년)를 만들었다.
마이클 루이스의 책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장점은 어려운 경제 사건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냈다는 점이다.
감독은 어려운 경제 용어를 해물 요리, 카지노 게임 등에 적절하게 비유해 세계적인 스타와 유명인들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감독은 정공법을 썼는데 이 점이 이 영화를 독특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마치 관객에게 말을 걸 듯 설명을 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라던가 "난 이 사람 설명과 다르다" 식으로 관객을 향해 설명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킨다.
괜히 영화를 사실인 척 꾸미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은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촉발 원인과 이면을 꿰뚫어본 몇몇의 금융인들이 세상의 흐름과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위기를 예측해 돈을 버는 내용이다.
이들은 남들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재앙에 가까운 위기가 올 것이라고 끊임없이 경고했다.
그렇다고 감독은 이들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
수 많은 사람이 실직하고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았는데 과연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게 맞냐는 도덕적 물음 때문이다.
정작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옥살이를 한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지만 리먼 사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흔들어 놨다.
그런 점에서 사태의 전말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좋은 교과서이지만 금융 지식이 전무하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기초적인 공부를 하고 보면 더 도움이 된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입자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보여준다.
DTS X를 지원하는 음향은 사방 가득 각종 효과음을 퍼뜨리며 뛰어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DTS X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 시스템에서 DTS HD MA 7.1로 재생된다.
부록으로 캐스팅 설명, 감독 인터뷰, 캐스팅과 미술, 사건 설명,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실화다. 리먼사태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짚은 사람은 마이클 버리 박사다. 개인적으로 소규모 투자 펀드를 운영했던 그는 수천 개의 채권 연체율을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투자사인 프런트포인트의 마크 바움 대표가 두 번째로 냄새를 맡았다. 그는 우연히 잘못 걸려온 전화를 통해 버리 박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관련 채권인 CDO를 공매도 하는 점을 발견하고 수상하게 여겨 전말을 알아보다가 문제를 발견했다. 바움 대표를 연기한 배우는 '폭스캐쳐'에서 듀폰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이다.
세 번째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한 사람들은 요트 세척 아르바이르로 번 돈을 소액 투자하며 금융업에 뛰어든 두 청년들이다. 이들은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전직 금융인 벤 리커트의 도움을 받아 리먼 사태로 큰 돈을 번다.
리먼 사태를 촉발한 부채담보부증권(CDO). 영화는 팔리지 않는 부실채권끼리 묶어서 마치 새로운 상품인 것처럼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 "모기지는 개똥이고 CDO는 고양이 똥에 쌓인 개똥"이라는 대사는 촌철살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상품구성이 다양해졌다는 이유만으로 CDO에 최고 우량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그래서 영화는 CDO를 경제 재앙을 불러 일으킨 주범으로 본다.
CDO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합성CDO를 설명하는 리차드 탈러 박사와 셀레나 고메즈. 합성CDO는 계속 이기는 도박꾼을 보고 저 사람이 또 이길 거라며 구경꾼들끼리 돈을 걸어 액수를 키우는 또다른 도박판에 비유됐다. 이를 보고 또다른 구경꾼이 그 구경꾼에게 판 돈을 거는 식으로 증폭됐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원작인 마이클 루이스의 '빅 쇼트 인사이드 더 둠스데이 머신' 을 이 시대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그는 너무 재밌어 밤새워 읽은 뒤 영화를 만들어보라는 아내의 제의에 따라 이 작품을 만들었다.
미국 은행들은 직업이 있든 없든 가리지 않고 집을 담보로 무조건 대출해줬다. 그 바람에 무소득 무직장 대출이 횡행하면서 한 스트립퍼의 경우 집을 5채나 소유하게 됐다. 이처럼 위험한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담보로 잡은 부실채권을 투자사에 맡겨서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줬고, 투자사들은 부실채권을 CDO로 만들어 팔아 먹었다. 신용평가사들은 돈을 벌 욕심에 CDO에 AAA등급을 부여했고 금융감독기관들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는 미 금융기관들과 정부 등 모두가 공범이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부실한 대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뉴센트리파이낸셜이 무너지면서 관련 CDO를 대량 보유했던 리먼브라더스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파산했다.
서민들의 패히는 더 컸다. 리먼 사태로 미국에서만 5조달러가 증발했으며 8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600만명이 집을 잃었다.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전세계 수치까지 더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피해액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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